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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하직 막죽

     가는 길에

     소원이나

     빌어주소

 

어화넘자 어화넘자 조심넘자 어화넘자 밀어라 땡겨라 어화넘자 이장님 면장님 군수님도 지전 한 장 꽂고 가소. 조롱박 벙거지 다 닳아가고 상두꾼 짚신 마련 시급하니. 어화넘자 어화넘자 탈바가지 벗어보소. 갑갑해서 지리 죽것다. 탈 쓰고 탈놀음 백날을 놀아도 말뚝이 누군지 문둥이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몰라도 탈, 알아도 탈, 먼지 탈탈 털지 마라. 어화넘자 어화넘자

 

     춤꾼도

     구경꾼들도

     목축이고

     파장하자

 

 

 

 

< 해설 >

 

한참 광대놀이 빠져 있다 보니 벌써 밤이 찾아왔다. 몇 고개도 넘어야 하고, 집에 갈 일이 막막하다. 그래도 마지막을 보고 가야지. 어느덧 오광대 다섯 과장이 끝나고 맨 마지막 상여 나가면서 광대패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당을 휘돌아 간다. 에라 모르겠다. 구경꾼들도 꽹과리에 맞춰 뒤뚱뒤뚱 신명을 푼다.

 

어차피 놀이 속에 연출된 초상이니 상주도 백관도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오광대 상두꾼들 노잣돈은 있어야지.

 

“어허, 거기 군수님 지전 한 장 걸어주소. 그래야 군의원도 걸고, 영천 아재도 걸고, 들기미 이씨도 걸 것 아니요” 니 한 장, 내 한 장 걸다 보니 제법 주렁주렁 지전들이 걸린다. 세어보지 않아도 얼추 한 오십 수장은 될 듯하다.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울 때도 그 불꽃에 소원 종이 태우고, 가내 평안 빌지 않던가. 그런 기분으로 지전 꽂아 복이나 빌어보자.

 

오광대 놀이꾼들 긴 시간 탈 쓰고 놀다 보니 갑갑도 하고, 누가 양반이고 누가 말뚝인지도 모른다. 이제 벗어라. 벗고 놀아보자. 오호라, 이제 보니 응삼이가 말뚝이었고, 듬실댁이 작은 어미였네. 아니 아니, 눈 씻고 눈여겨보니 각시탈 쓴 이가 남자였네, 남자였어. 날렵하게 흰 장삼 감으며 승무 추던 이도 다랭이 마을 누구였구나. 이렇듯 어쩌구 저쩌구 광대패와 함께 돌다 막걸리에 목축이고 어둠 속에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