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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사대주의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가 보신탕과 관련하여 어이없는 사건을 이야기했다. 브리지트 바르도(프랑스의 유명한 여배우)가 최근에 우리나라 정부에 야만스러운 보신탕을 금지하라는 편지를 보내었다고 한다. 똑같이 보신탕주의자인 박 교수는 브리지트가 편지를 보내었다는 김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술김에 분개하였다. “웃기는 x이네, 프랑스 인들은 혐오스레 개구리를 먹는다는데, 우리가 개구리를 금지하라고 프랑스 정부에 편지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브리지트가 한국에 항의 방문차 한 번 온다고? 오기만 하면 내가 꼭 만나서 데리고 갈 데가 있지. 거기 말이야, 강남의 보신탕 뷔페 집에 데려가서 대접을 한 번 해야지!”라고 기염을 토하였다.

 

 

박 교수의 말에 의하면 강남구청 근처 어딘가에 보신탕 뷔페 집이 있다는데, 꼭 한번 가 보자는 것이다. 보신탕 뷔페 집에는 개고기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단다. 김 교수가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본 개의 거시기도 있다는데 값도 일반 호텔 뷔페에 비하여 별로 비싸지 않다고 한다.

 

술은 보통 사람을 용감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두 사람이 술의 힘을 빌려 프랑스 여배우를 욕하고 또한 사대주의적인 우리나라 정부를 욕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다. 그날 식사비는 평소에 박 교수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면서 김 교수가 냈다. 계산을 끝내고 나오면서 김 교수는 은근히 거절하기를 기대하면서 “어떻게 할까요, 박 교수님, 한 잔 더 할까요?”라고 가볍게 말했는데, 미처 눈치채지 못한 박 교수가 “그럽시다”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사실 2차를 가기에는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뺄 수가 없게 되었다. 며칠 전 연구비를 받아서 묵직해진 지갑을 믿고서 김 교수가 호기롭게 말했다.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박 교수님 아시는 술집이 있으면 그리로 갑시다. 모르는 데를 가면 바가지 쓸 염려도 있으니까요.”

“좋아요, 내가 강남에 한 군데 개발해 둔 곳이 있지요.”

“아가씨는 예쁩니까?”

“아니, 우리 나이에 치마를 두르면 다 예쁘게 보이는 것이 아니요?”

“그래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여자가 더 좋지 않아요? 어쨌거나 가 봅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택시를 잡아타고 역삼역 근처 특허청 쪽으로 갔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길에서 20m 정도 골목길로 들어가니 ‘보스’라고 쓰여진 간판이 보였다. 보스라는 간판을 보니 김 교수는 옛날 일이 생각났다.

 

김 교수가 30대였던 미국 유학 시절,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니 여론조사 결과를 알아 맞추는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제일 많은 수의 응답자는 보스(boss: 직장의 상사)라고 답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봉급 받는 회사원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해고권을 가진 보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불황일 때에 보스가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하면 봉급쟁이로서는 막막할 것이다. 다른 일자리 구하기가 쉬울 리가 없다. 모든 회사원은 쫓겨나지 않으려고 보스에게 쩔쩔매는 것이다. 그러니 어디서건 보스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울 수밖에.

 

김 교수가 근무하는 대학교는 사립대학이다. 김 교수가 대학에 온 지는 6년밖에 안 된다. 아직은 젊은 교수 축에 끼는 김 교수이지만 학교 분위기는 잘 알고 있었다. 그전에 회사에서도 근무하고 또 국책연구소에서도 잠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 교수가 판단하기에는, 학교 분위기는 회사와 연구소의 중간 정도이다. 회사처럼 살벌하지는 않아도, 연구소처럼 자유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어서 중간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국립대학과는 달리 사립대학 총장은 회사 사장에 비유할 수 있겠다. 총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서 교수들은 총장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김 교수가 근무하는 지방 ㅅ대학 총장이 건설 기업인 출신이어서 학교를 기업처럼 운영한다는 말도 들렸다. 김 교수나 박 교수에게 보스는 총장이며, 총장이 무서운 존재인 것은 틀림이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어디서나 보스는 무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박 교수를 따라 지하로 계단을 내려갔다. 젊은 미소년이 두 사람을 정중하게 보스처럼 맞아들여 작은 룸(방을 고급스럽게 말하는 이상한 호칭이다)으로 안내했다. 룸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0분이었다. 박 교수는 들어가자마자 미스 장을 찾았다. 조금 후 사장님이 나오더니 “죄송하다”라면서 미스 장이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러자 박 교수가 미스 장이 없으면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장님은 “알겠습니다. 연락해 보겠습니다.”라고 공손히 말하면서 나갔다.

 

사장님은 술집 종업원에게는 보스가 되는데, 술집 손님에게는 쩔쩔매고 있다. 왜 그런가? 손님이 돈을 주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 돈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지위가 없더라도 돈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부릴 수 있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돈을 좋아하고 돈을 더 많이 가지려고 온갖 아귀다툼을 하게 된다. 돈이 좋다는 것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똑같다. 오죽하면 우리 속담에 “돈은 귀신도 부린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미스 장을 기다리면서 두 사람은 양주 한 병과 과일 안주를 주문했다. 아가씨가 오기 전에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의 보스인 총장 이야기, 나라 경제 이야기 등등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가씨를 기다렸다. 약 30분쯤 지나서 미스 장과 한 아가씨가 방으로 들어왔다. 미스 장은 박 교수와 구면인 듯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박 교수 옆에 앉고, 다른 아가씨는 김 교수 옆에 앉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