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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그들의 속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에드가 케이시가 리딩 상태에서 예언한 것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30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미국이 낳은 20세기 으뜸 예언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지는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 : 1877~1945)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켄터키주 한 농장에서 태어난 케이시는 어릴 때부터 성경을 열심히 읽으며 대학도 나오지 않고 경건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다. 그러다가 24살 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증세가 생겨 이를 치료한다면서 최면요법을 받다가 자신이 가진 영적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최면이나 마취에 걸린 것처럼 반수면 상태에 들어가서 옆에 있는 사람의 물음에 대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답을 하는(이 상태를 reading이라고 한다.) 것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잠재의식이 말하는 것으로서 당시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미래의 일을 예측했고, 그것이 상당 부분 맞았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유명해졌다.

 

 

학교 교육이라곤 7년밖에 받지 않은 그는 리딩과정에서 난해한 의학용어를 풍부하게 구사했으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알려주어 난치병 환자를 치유한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의뢰자의 요구에 맞추어 그가 현재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 그것이 전생, 전전생의 삶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말해주기도 했다. ​

 

케이시는 이러한 식으로 건강과 의학관계를 많이 얘기했는데 필자가 기억하는 것으로는 커피에 관한 말이 있다. 그는 언젠가 친구로부터 커피가 몸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커피는 그 자체로 위장을 적당히 자극하기 때문에 위의 작용이 활성화되어 도움이 되는 것 같군요. 그런데 커피가 금방 위를 자극하고 내려가면 괜찮겠지만 만일 오래 머무르면 커피 찌꺼기에 있는 독소가 나와서 위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흔히들 부드럽게 마신다고 우유를 타서 마시면, 그 우유가 위벽에 흡수되어 붙는 과정에서 커피도 위벽에 붙어 오래 있게 되므로 좋지 않은 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말이 알려질 때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냥 먹기에는 너무 쓰다며 설탕을 넣고 밀크종류도 첨가하는 일종의 다방커피가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 말이 너무 그럴듯하게 보여 글을 처음 접한 1980년대 후반 이후 설탕도 우유도 안 넣는 블랙커피에 익숙해지려고 애를 썼다. 물론 지금은 많은 분들이 설탕 없고 믹스도 없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순수한 커피 맛을 즐기는 쪽이 대세가 되었다고 하겠는데, 그 풍조가 아마 여기 케이시의 예언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그가 한 예언 가운데 맞은 것으로는

 

→ 금융시장에 거대한 공황이 생겨 월스트리트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금융가의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을 것이다. < 1929년 증권시장 붕괴 예언 >

→ 20세기 중반 미국을 갈라놓는 사회적ㆍ인종적 대격변 예언

→ 사해에서 히브리어 구약성경이 발견될 것을 예언.

→ 공산주의 붕괴의 예언 : 소련에서 공산주의가 붕괴한 뒤에, 각 민족이 독립할 것이다.

→ 레이저 발견과 혈액검사법 예언

→ 2차 대전의 시작과 종말날짜를 정확히 예언

→ 유럽에서 가축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이 만연되고, 이는 다시 미국 서부지역으로 확산한다. 사람들은 질병이 더 크게 퍼지기 전 수백만의 가축을 도살하고 소각할 것이다.

 

 

이상의 예언들이 일단 맞은 것으로 말해지지만 맞지 않거나 실현되지 않은 것도 있다;

 

→ 미국 서부 지역에서 땅이 갈라질 것이다.

→ 미국의 오대호가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가고 해안선이 전체적으로 변할 정도로 굉장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현재 많은 육지의 해안선이 바다 밑바닥이 될 것이다.

→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들의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며, 뉴욕시보다 먼저 파괴될 것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에는 새로운 육지가 나타날 것이다.

→ 일본은 반드시 바닷속으로 들어 간다

→ 북극과 남극지역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열대지역에서는 화산폭발이 일어날 것이며 땅이 쪼개질 것이다.

 

이 예언이 맞았다 맞지 않았다를 판별하는 것은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므로 흔히 말하듯 “믿거나 말거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리딩(reading)현상이 이제는 인공적으로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요즈음 위, 또는 대장검사 때 실시하는 수면내시경검사를 위한 수면마취 때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리딩 상태를 묘사한 상상화

 

혈관에 주사를 맞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고 그 과정에서 마취가 되어 고통 없이 진찰이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이 수면마취에는, 예전에는 미다졸람이란 주사제를 많이 썼는데, 최근에는 프로포폴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반감기(깨어나는 시간)도 짧고 검사자 또한 무척 편한 상태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 약은 양을 많이 쓰면 바로 잠들어 버리지만 적절하면 시술 중에도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정신상태가 몽롱해지고, 평소에 자신의 이성에 의해 통제되었던 내면의 깊숙한 사연들을 스스로 토해내는 것이다. 그러고 수면마취에서 완전히 깨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 자체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에드가 케이시가 바로 이런 상태에서 그의 ‘예언’을 얘기해주었다고 한다. (문제는 프로포폴의 이런 기능을 악용해 마약처럼 병원에서 시술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 절대로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그런데 어찌 보면 약한 수면마취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기 내면에 담아놓았던 말을 자신도 모르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효과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매혹적인 결과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농담 삼아 적국에 잡힌 간첩이 쉽게 불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주사를 놓으면 묻지 않는 것도 자백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이지만, 더욱 엉뚱한 상상을 한다면, 오히려 국가 지도자들에게서 이 수면마취를 하는 방식으로라도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볼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것을 털어놓는다면, 진정으로 우리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철학이나 정견 등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혹시 딴마음은 먹고 있지 않는지를 우리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 저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책임을 자청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고 자기 이권을 위한 눈치 보기와 줄서기도 기승을 부려왔었다. 이럴 때 정치인들에게 그들의 속마음을 들음으로써 그들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생각이 있는지. 혹은 그동안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고백을 받게 된다면 우리들이 제대로 된 재목을 선택해서 시행착오 없는 정치가 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기의 말이 논란이 되면 그냥 한 말이었다고 넘어간다. 실행할 의도도 없는 멋진 공약을 내세웠다가 나중에 말하지 않았다고 부정하기도 한다. 약속하고서는 갖은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다들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하고는 당선되고 나서는 국민을 도외시하는 것이 흔하니까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국민이 세상이 불공정하다며 울화통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것도 벌써 옛날식이다. 요즘에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 같다. 한창 인기가 있는 챗GPT 등 인공지능(AI)에게 그 정치인의 속마음을 물어보는 것이다. 그동안 공적인 자리에서건 사석에서건 말한 것들이 일단 입력만 되어 있으면 챗GPT나 인공지능은 그 정보와 지식을 다 알고 있을 것이기에 여기에 물어보면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그것으로써 선택의 기준을 정하면 어떨까? ​

 

그런데 이것도 사실은 망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선거 이후 누가 집권을 하든 우리들의 기대는 무너졌고 그들이 역속한 공정한 사회, 공평한 사회는 자신들만을 위하는 것으로 변해 버렸고 반대편 사람과 생각들은 박해를 받았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어떤 공약을 하건, 약속을 하건, 앞으로 그런 일이 안 생긴다는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우리는 정치지도자들이 진정으로 국민 모두를 위해 상대방을 인정하고 그들의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그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그러니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애초부터 차라리 망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속 편할 것 같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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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인문탐험가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