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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광릉 숲에서 영원을 보기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30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소나무가 우거진 기분좋은 언덕배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호수, 어린 소나무와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숲 속의 작은 빈터, 군데군데 녹은 얼음, 거무스레하고 물기에 젖어있는 호수.​

 

우리가 상상하고 가보고 싶은 숲을 28살의 청년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이렇게 묘사했다. 월든이란 호숫가에 들어가 살면서 묘사한 숲의 이야기다. 이 청년이 기록한 미국 동부 숲의 이야기는 단순한 숲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와 감사, 찬미이며 동시에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한 통렬한 반성,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다. 우리가 숲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그런 숲에 가고싶어하는 마음을 일깨워준 것이 이 책이었다.

 

소로우가 묘사한 숲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기후가 다르고 지형이 다르니 같은 숲이야 있겠는가만은 어릴 때부터 크낙새가 운다는 광릉의 숲이 아마도 소로우가 묘사한 숲의 이미지로 우리 가슴에 들어와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광릉 숲에 가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을 것이지만 막상 거기가 어딘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몰라 못 가본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거기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더라는 게 아닌가? 서울 수도권의 지하철이 연결되어 4호선 끝인 진접역에 내리면 거기서 거리 상으로 7킬로미터 남짓이고. 그 진접역에서 광릉 숲으로 가는 버스도 있거니와 아니면 택시로도 그리 많은 돈이 나오는 거리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평소에 가보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주위 분들과 함께 공릉수목원을 찾은 것이다.

 

 

 

너무 키가 커서 목이 아프게 하늘을 처다보아야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 우거진 숲 사이로 며칠 전 내린 비에 씻긴 침엽수들의 낙엽이 싱그런 느낌을 주는 곳, 어디를 돌아봐도 아주 큰 나무, 중간 나무, 작은 꽃나무, 풀들, 꽃들이다. 이곳이 광릉 숲이구나.

 

 

광릉숲이라고는 흔히 하지만 우리가 가서 볼 수 있는 곳은 광릉의 국립수목원이다. 광릉의 천연림을 이용하여 수목원을 조성하여 1987년 식목일인 4월 5일에 개장을 했단다. 그리고는 삼림욕장이나 산림동물원도 만들었지만 숲의 보존이 무엇보다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1997년부터 삼림욕장을 폐쇄하였으며, 1999년 5월 24일에 산림청 수목원, 곧 국립수목원으로 신설 개원되었다고 한다.

 

국립수목원은 면적이 1,157㏊이며 수목의 종류는 목본류 1,660종, 초본류 1,323종 등 총계 2,983종으로 세계에 자랑하는 생태숲이란다.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우리를 맞지만 설명을 들어도 다 기억하지도 못하고 이제는 그저 참 많구나 하는 감탄사만을 내었지만 그래도 좋다.

 

 

 

큰 길, 작은 길을 다니며 자연 속에 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이런 생물들이 길게는 수억, 수천 년 전부터 지구상에 생존해오면서 적자생존의 법칙 속에 치열하게 살아남은 것이라고 한다. 푸른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나무들 사이에서 작은 식물들은 햇빛을 향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들은 뿌리로 땅을 움켜쥐고, 줄기를 꼿꼿이 세워 해를 보기 위해 얼른얼른 키를 키우지만 땅에 붙어 사는 덩굴식물은 있는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 햇빛을 차지하려 한단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전략을 통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이름난 숲 해설가가 된 회사 후배로부터 해설을 들으니 숲속 생명들의 삶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숲길을 따라 도토리들이 많은데.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등 낙엽성 참나무류는 하나같이 가지 끝이 톱으로 절단된 모습을 하고 있다.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에 구멍을 뚫어 알을 산란한 뒤 톱처럼 생긴 주둥이로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잘라내 바닥으로 떨어뜨리는데, 이는 유충이 땅속에서 월동할 수 있도록 모성애가 발휘된 생존과 번영의 전략이란다.

 

우리 숲에 많은 다래는 어떤가? 개다래와 쥐다래는 벌나비를 유혹해 수정시키기 위해 잎의 색깔을 바꾸는데 개다래는 흰색 페인트칠을 한 듯 하얗게 모습을 바꾸고 쥐다래는 매혹적인 분홍색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이는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변신해 곤충들이 찾아와 꿀을 따도록 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이들의 생존의 전략과 지혜는 걸핏하면 생을 포기하려 하는 우리 인간들에게 무언의 교과서다.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리는지, 하고 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 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때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주기에

     내 멋대로 ,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 이정하, 바람속을 걷는 법 3

 

 

소로우는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삶을 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우리가 소로우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살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가 삶에 대해 숲 속의 식물들처럼 충실하게, 열심히 산다면 삶에서 느끼는 슬픔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삶의 이 짧은 시간을 시간의 긴 법칙, 영원의 법칙에 따라 살지 않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크낙새가 살던 광릉숲은 먹이인 장수하늘소가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졌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도 영원한 진리이다. 광릉 숲에서 유한한 생명들이 영원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본다. 모처럼 도시를 떠나 숲을 찾은 우리들은 약 두 시간 동안 이 숲 속에서 영원은 순간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깨닫고 그들의 노래를 듣고는 돌아갈 도시에서 다시 삶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동식 인문탐험가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