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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연말연시 복주머니(福袋)에 열광하는 일본인들

   

 

 

일본의 연말연시 풍경으로 한국인에게 낯선 게 있는데 바로 복주머니(福袋, 후쿠부쿠로) 풍습이다. 커다란 쇼핑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물건들은 옷, 신발, 속옷, 액세서리, 장난감, 과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문제는 이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는데도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류가 들어 있다면 사이즈나 색상 디자인을 알 수 없는데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게 신기하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의 딸은 정초에 커다란 복주머니 가방을 여러 개 사들고 낑낑 거리며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정초에 백화점에서 파는 복주머니는 대개 젊은 10대나 20대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지만 더러는 중년들도 있다. 새해를 코앞에 둔 지금쯤 슬슬 일본의 상점가는 정초에 팔 복주머니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복주머니 내용물도 옷이나 액세서리를 벗어나 여행 상품권, 맨션아파트, 자동차, 운전교습소 수강권, 맞선 대상 등 기발한 품목이 ‘복주머니’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행성을 조작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복주머니는 미국이나 대만 홍콩 같은 곳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의 이 희한한 복주머니 판매 풍습은 복주머니연구회(福袋硏究會)에 따르면 1717년 다이마루 기모노점(大丸吳服店)에서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가방 속에 담아 팔기 시작한 데서 유래 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옷감으로 옷을 해 입던 시절이니까 이러한 자투리 천을 연말에 싸게 판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을 것이다.

복주머니는 내용물도 다양하지만 가격도 다양하다. 싼 것은 몇 백 엔부터 비싼 것은 몇 만 엔까지 하는 것들이 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복주머니를 파는 곳은 치바현 우라야쓰시(千葉浦安市)에 있는 익스피어리로 이곳은 1월 1일 0시부터 복주머니를 판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판매는 1월 1일에 구매자에게 배달해야 하므로 12월 말에 주문을 미리 받는 곳도 많다.

정초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상점가 입구에 수북하게 쌓아둔 후쿠부쿠로(福袋) 하나 쯤 사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일 것이다. 과자집이이라면 여러 종류의 과자를 평소보다 싸게 담아 두었을 것이고, 액세서리 집이라면 액세서리를, 옷 가게라면 다양한 옷을 커다란 가방에 담아 놓고 팔 것이다. 내용은 무엇이든지 좋다. 그것을 사들고 열어보는 순간의 설레임을 즐기기 위해 복주머니를 사는 사람들도 많다. 물건이 풍요로운 시대에 복주머니는 에도시대의 요긴한 물건에서 설레임반 기대감 반을 채워주는 요술주머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