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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일본의 설음식과 채소죽(나나쿠사가유) 이야기

 
 


 
 
 
양력설을 쇠는 일본은 지난 한주 동안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는 설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엊그제 1월 7일은 그동안 설음식으로 빵빵해진 배를 편안하게 하는 나나쿠사죽(七草粥)을 먹음으로써 설날 먹거리를 통한 새해의식을 다졌다.

한국인들이 설날에 해먹는 음식이 있듯이 일본도 설날을 맞아 먹는 음식이 있는데 이를 오세치요리(お節料理)라고 한다. 요즈음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집 보다 편리하게 큰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에서 주문해서 먹는 가정도 늘고 있다. 3~4인분을 기준으로 21,000엔부터 84,000엔짜리 오세치요리를 선보인 오식스주식회사(オイシックス株式社) 누리집(홈페이지)은 보는 것만으로 화려한 오세치요리(설음식)가 가격별로 준비되어있다.

십여 년 전 양력설에 일본친구 집에서 설날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친구의 시어머니가 한국인 손님을 위해 오세치요리를 먹음직스럽게 해서 보내준 것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오세치요리에 쓰는 재료는 대부분 연기(緣起)라고 해서 음식 자체보다는 장수, 부자, 자손번영 같은 것을 의미하는 재료가 쓰인다.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라고 쓰며, 검은콩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고, 밤조림은 황금색이 의미하듯 부자를, 청어알은 자손 번성을 뜻하는 식으로 재료 하나하나에 뜻 깊은 의미를 새기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설음식인 오세치요리 말고 정초인 1월 7일에 일본인들이 먹는 것으로 채소죽이 있다. 이름하여 나나쿠사가유(七草粥)라고 하는데 나나쿠사(七草)란 말 그대로 미나리 따위의 일곱 가지 푸성귀를 넣어 끓이는 죽인데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몸을 보호하여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뜻이 있다. 이러한 주술적인 뜻 외에도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 등을 보충해주고 설음식에 지친 위장을 보호하여 좋은 음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일본인들이 채소죽(나나쿠사가유)을 먹기 시작한 것은 헤이안시대 율령집인《연희식‘延喜式’, 905년》에 모치가유(餠がゆ, 望がゆ)라는 이름으로 채소죽이 소개되고 있을 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녔으나 일반 서민들이 먹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8)무렵으로 지금은 설음식의 하나로 정착된 느낌이다. 먹을 것이 풍부한 현대인들에게 명절 음식은 한갓 형식적인 음식으로 여겨질지 모르나 그래도 음식에 부여하고 있는 깊은 뜻은 세월이 변해도 잊히지 않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거기에 상술이 보태져서 손수 만들지 않고 주문으로도 사먹을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