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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백성들은 함부로 칼을 지니지마라(풍신수길의 무기회수령)

   

 

지난해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참사가 발생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한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얼마 안 돼 어제 또다시 10대 청소년 2명이 길 가던 여성에게 돈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13개월 된 아기 머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는 외신을 접했다. 살해된 아기 어머니의 겁에 질린 모습이 티브이 화면 가득 비추고 지나갔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는 듯 경찰들이 폴리스라인 언저리를 서성거리는 것을 보면서 16세기 일본사회에서 엄포를 놓아 무기 회수를 꾀했던 풍신수길의 ‘무기회수령’이 떠올랐다.

풍신수길은 주군인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가 가신 아케츠미츠히데(明智光秀)의 모반으로 살해당하자 기회를 꿰차 천하를 거머쥐었지만 혹시 모를 백성들의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길까봐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풍신수길은 정권을 잡은 지 오래지 않아 무기회수령(刀狩令, 1588.7.8)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무기 회수령은 다음 3가지 항목을 들어 선포하였다.

1. 백성은 칼(刀, 脇差), 활(弓), 창(槍), 총(砲) 등의 무기 소지를 금한다. 불필요한 무기를 소지하여 조세저항을 하거나 정권 저항운동(一揆)을 일으키려고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
2. 거둬들인 무기는 방광사(方廣寺)의 대불을 만드는데 쓴다. 이는 백성들의 극락왕생을 빌어 주는 것이다.
3. 백성은 농기구만을 가지고 열심히 경작할 것이며 이로써 자손만대 무사한 삶을 보낼 수 있다. 백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무기를 회수한다. 고맙게 여기고 농사일에 힘써라.

와세다대학 도서관에 보관중인 풍신수길의 “무기회수령” 선포문에 대해 대학 쪽 자료 <와세다위클리>에 보면 “무기회수령은 백성의 무장해제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명분상 방광사 대불을 만드는데 부재로 쓴다고 말 한 것일 뿐 실제는 백성(농민)봉기를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칼(총)로 움켜쥔 정권을 칼로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 떨었던 풍신수길로써는 “무기회수령” 을 선포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개인이 무기를 소지하는 까닭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400년 전 풍신수길 시대의 일본상황과 미국의 총기 사고는 전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13개월짜리 어린애기의 머리에 총을 쏴대는 미국인들의 행동을 보면서 사사로운 칼(총)부림으로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막을 방도는 진정 없는가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