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1758-19세기 초반)은 김홍도, 김득신(金得臣)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화가입니다.
이 신윤복의 '혜원풍속도첩(蕙園風俗圖帖)' 중에서 ‘월하정인(月下情人)’이란 그림은 늦은 밤 담 모퉁이에서 만난 한 쌍의 남녀를 그렸습니다. 넓은 갓에 중치막(벼슬하지 못한 선비가 입던 겉옷)을 입은 사내와 쓰개치마(부녀자가 나들이할 때, 머리와 몸 윗부분을 가리어 쓰던 치마)를 쓴 여인이 초승달 아래서 밀회를 즐기는 그림입니다.
그림 중 담벼락 한쪽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있습니다.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정인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겠지요. 그런데 한밤중 삼경(밤 11시~1시)에 과연 남녀가 밀회를 즐길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 한해 중 통금이 없던 날, 정월대보름이나 부처님 오신 날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