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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야스쿠니는 지금도 야스쿠니다

한국 국회의원들을 야스쿠니신사에서 몰아낸 일본 경찰, 3년 전에도 그랬다

[그린경제=김영조 편집국장]  제68돌 광복절인 어제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명이 일본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려다가 저지된 사건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항의해 15일 오전 8시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신사에 접근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3년 전 한일평화답사단과 야스쿠니 방문 때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때 답사 마지막 코스인 도쿄 야스쿠니신사로 가는 날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8월 14일 아침 이날은 야스쿠니만 가는 날이라 전세버스를 예약하지 않은 관계로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지하철을 타야 했다. 섭씨 37도를 오르내리는 도쿄의 찜통더위는 가히 살인적이었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답사단이 과연 야스쿠니 방문이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점이었다. 

야스쿠니는 도쿄 한복판 치요다쿠(千代田区)에 있는 이른바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호국 영령을 모신 신사(神社)’이다. 이곳은 아무나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시설이므로 특별히 출입 통제 여부를 놓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답사단은 이곳 방문을 걱정해야 했다.

 야스쿠니 방문 저지의 징조는 교토에서 장거리 야간 버스를 타고 도쿄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감지되었다. 일본의 극성스런 우익들이 ‘한일평화를 여는 역사 기행단’의 야스쿠니 방문을 원천 봉쇄한다는 소식이 긴급히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답사 진행자들은 ‘도쿄에서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야스쿠니 방문 시에 우익의 불미스런 행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방문 자제를 요청한다는 일본 시민단체의 연락이 왔다.’라면서 답사단이 해야 할 행동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걱정했다.  

답사단원 가운데는 학도병으로 끌려가 1945년 4월 11일 ‘전사처리’된 뒤 야스쿠니신사에 강제 합사된 박만수 씨의 딸 박남순 여사도 함께 했는데 박 여사는 죽어도 아버지의 원혼을 보겠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답사단은 야스쿠니 정문으로 나있는 지하철 구단시타(九段下) 역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야스쿠니신사에 우익들이 몰려있어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며 경찰이 야스쿠니행을 저지한 것이다. 여러 가지 타협을 시도해보았지만 꼼짝도 않는 일본 경찰에 답사단은 지하철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 3년 전 야스쿠니신사로 나가는 구단시타역 경내에서 답사단은 일본경찰과 협상했지만 야스쿠니행은 포기해야만 했다.

   
▲ 지하철 구단시타역에서 야스쿠니행을 저지당한채 경찰들에 둘러쌓여 다시 지하철로 돌아가는 답사단들

그 뒤 나는 경찰의 눈을 피해 구단시타역을 빠져나가 야스쿠니신사에 잠입했다. 아니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우익이 득실댄다던 신사엔 십여 명 정도의 우익만이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야스쿠니 방문을 훼방 놓는 자들은 우익이 아니라 경시청 사람들이었음이 확인되었다. 답사단은 기만당한 것이었다. 공식적인 일본의 국가권력인 경찰에 말이다. 

   
▲ 경찰들의 눈을 피해 잡입한 야스쿠니는 경찰의 협박과는 달리 십여 명의 우익만 노닥거리고 있을 뿐 평온했다.

그렇게 일본 경찰에 기만당했던 답사단의 악몽은 3년 뒤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도 여전히 적용되었다. 일반 시민도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승합차에 태워 호텔로 보냈다는 일본 경찰은 백주대낮 강도나 다름없다. 우익들을 빙자해 제국주의 근성을 드러낸 저들. 

다시 사쿠라가 피고 있음은 세계 평화에 커다란 악재다. 그 악재를 막아내기 위해 우리는 아직 우리 안에 드리우고 있는 일본 잔재를 먼저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국위선양, 국민의례, 멸사봉공 같은 일본 제국주의를 위한 낱말들부터 우리 곁에서 몰아내고 민족 자존심을 굳건히 뿌리내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