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정석현 기자] 일본 도쿄의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 히구치유이치(樋口雄一) 관장을 비롯한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 9명이 방한하여 어제 한국 서대문형무소역사관(관장 박경목) 강의실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쓴 이윤옥 시인(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으로부터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 한국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강의를 하는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강의실 분위기는 이번에 방한한 일본인들과 한국문화사랑협회 회원 20여명이 모여 다과를 나누며 강의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 만으로도 동지의식을 느끼는 자리였다. 이들은 특히 한국여성독립운동가를 흠모하고 세상에 알려내려는 이들의 열기는 이날 하루 종일 강의실을 달구었다.
강의는 먼저 간단한 개막행사로 시작되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사랑협회 김영조 회장은 “요우코소. 하지메마시테 김영조토모우시마스. 니홍고와고코마데데스. 잔넨데스네(반갑습니다. 저는 김영조라고합니다. 일본어는 여기까지입니다. 일본어가 짧아서 유감스럽습니다.)”라고 짧은 일본어로 인사했다. 그러자 일본인들이 크게 웃었고, 김 회장은 다시 “오모시로이데스카?(재미있으십니까)”라고 한 마디를 보태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렇게 긴장했을 수도 있는 일본인 회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김영조 회장은 “한국인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고려박물관 회원여러분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아니 감동하여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한국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을 하고 두 나라 회원들이 힘을 합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일에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 인사말을 하는 김영조 한국문화사랑협회 회장, 답사를 하는 히구치유이치 고려박물관 관장, 시화를 그린 이무성 화백(왼쪽부터)
▲ 환영사를 하는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 정일택 이사장, 축사를 하는 김희선 여성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 청계문학 장현경 회장(왼쪽부터)
▲ 고려박물관 히구치유이치 관장(왼쪽)에게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다》시화도록을 증정하는 한국문화사랑협회 김영조 회장
▲ 북간도아리랑을 부르는 남은혜 명창
이어서 이 행사를 적극 후원한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 정일택 이사장의 따뜻한 환영사와 김희선 여성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준비위원장, 청계문학 장현경 회장의 축사도 있었다. 이에 히구치유이치(樋口雄一) 고려박물관 관장은 “우리 박물관이 있는 도쿄 신오쿠보에는 일본 우익들이 험악한 구호를 외쳐대고 있어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식민지 역사를 알고 싶어서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국이 독립운동가를 확실히 기억하고 그분들을 기리려 하는 데에 무척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봅니다.”라고 말해 큰 손뼉을 받았다.
인사말에 이어 남은혜 명창이 북간도아리랑과 한오백년을 목이 메도록 불러 잠시 장내는 숙연해졌다. 남 명창은 북간도 얘기만 나오면 북간도에서 독립운동을 했을 분들이 생각되면서 울컥해진다며 눈물을 흘려 잠시 노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5시간이 넘도록 이들은 꼼짝 않고 이윤옥 소장의 강연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 메모하며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인 회원들 가운데는 86살의 어르신도 있었지만 강의 내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을 보여줘 참석한 사람들을 감탄하게 했다. 강연은 자료집과 파워포인트를 사용했는데 도다 이쿠코 도서출판 토향 대표가 유창한 통역을 맡아 매끄러운 진행이 되었다.
▲ 열심히 강의에 몰두하는 한일 회원들. 맨 앞에 혼자 앉아 있는 분은 이번 일본 회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86살의 세키구치 씨이며 의자 하나 건너 왼쪽 옆(모자쓴 이)에는 오희옥 애국지사 모습도 보인다.
▲ 강의가 끝나고 내년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있을 한국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양 단체 회원들
▲ 유창한 통역으로 행사 진행을 매끄럽게 해준 도다 이쿠코 도서출판 토향 대표
옥사 견학을 마치고 이들은 다시 강의실로 들어와 내년에 고려박물관에서 하기로 한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서 양측은 시화전을 내년 1월 말부터 3월말까지 하기로 했고, 3•1절 때 양측이 모여 간단한 기념식을 하기로 했다.
청명한 10월 두 나라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일에 함께 한 이들은 모두 헤어지기 싫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고려박물관과 한국문화사랑협회 회원들은 이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일에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임을 다짐했다.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 연구회 회원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하여 다음날 민족문제연구소와 대방동에 있는 국립 여성사 전시관등을 둘러 보고 귀국할 예정이다.
▲ 강의가 끝난 뒤 서대문역사박물관 입구에서 사진을 찍은 두 단체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