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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의 이육사 시화] 나의 뮤즈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나의 뮤즈

                                                                     이육사   

   아주 헐벗은 나의 뮤즈는

   한번도 기야 싶은 날이 없어

   사뭇 밤만을 왕자처럼 누려 왔소.

 

   아무것도 없는 주제였건만

   모든 것이 제것인듯 버티는 멋이야

   그냥 인드라의 영토를 날라도 다닌다오.

 

   고향은 어디라 물어도 말은 않지만

   처음은 정녕 북해안 매운 바람속에 자라

   대곤을 타고 다녔던 것이 일생의 자랑이죠.

 

   계집을 사랑커든 수염이 너무 주체스럽다도

   취하면 행랑 뒷골목을 돌아서 다니며

   복보다 크고 흰 귀를 자주 망토로 가리오

 

   그러나 나와는 몇 천겁 동안이나

   바로 비취가 녹아나는 듯한 돌샘 가에

   향연이 벌어지면 부르는 노래란 목청이 외골수요

 

   밤도 시진하고 닭소리 들릴 때면

   그만 그는 별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고

   나는 촛불도 꺼져 백합 꽃밭에 옷깃이 젖도 잤소


   
▲ "나의 뮤즈" 시화 정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