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초암거사(草庵居士)
해남에 제발로 유배간 선비 (빛)
시화에 토굴 조각 솜씨까지 (돌)
사자산 아래서 달 바위 베고 (달)
예수와 부처가 하나로 있네 (심)
... 12.20. 불한시사 합작시
초암(草庵)은 조각가 강대철의 아호다. 그는 80년대를 앞뒤로 발군의 조각 작품을 발표하더니, 어느덧 높고 깊은 정신세계에 빠져들었다. 전남 장흥의 사자산에 들어가 수행과 공부에 몰두하고, 최근 7년 동안 수행 삼아 “조각토굴”의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시화집을 비롯해서 소설도 발표했다. 그는 말한다. “늘 마음 바탕을 찾아 거칠어진 성정을 다스리며, 순간순간 나를 챙기며 산다”라고. 유배 길로 떠밀린 동파(東坡)나 추사(秋史)와 달리 초암은 스스로 유배 길에 올라 자신을 극복해 가고 있다. (한빛)
아랫글은 불한시사 시벗들이 '초암거사'를 시제로 쓴 4인의 합작시에 대해 겸사(謙辭)를 표현한 초암의 글이다. 그 아래는 라석의 화답글이다.
두서없이 살아온 세월
부질없이 드러나니
동짓달 눈발처럼 분분하구나
몸둥이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인생 끝자락에서 인연 닿는 벗들과
담담한 회향(廻向)*놀이 해보려 한 것이
만만치가 않구나
머물러 바라보며 산다는 것
업장 두꺼운 자에겐
가당찮은 꿈이로구나!
... 12.21. 초암
* 회향(廻向) : 수행자가 쌓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려 함께 이익을 얻는다는 이타적 실천
어떤 변명
- 초암거사에게
삶은 본시 두서없는 것
부질없는 것 또한 없으니
눈발이야 분분하든 말든
인생 70은 고을에 드문
그런 세상 이미 지났으니
미수를 거쳐 백세를 바라보네
회향(回向)은 자연,
즐기는 자의 것이니
무엇이 두려우랴!
맑아야 고요하거늘
청심에 선화법(仙化法)* 있다고 했으니
더불어 가는 길
함께 이루어 가는 꿈일진데
... 24. 12. 21. 아침
중국해남 하이커우에서 라석
* 선화법(仙化法) :신선 되는 법
|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