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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미군의 눈에 비친 한국전쟁 직후 서울의 풍경

미군의 눈에 비친 한국전쟁 직후 서울의 풍경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1953년부터 1954년까지 주한 미군 일병으로 복무한 헨리 레온 스패포드(Henry Leon Spafford, 1933~2007)가 수집한 슬라이드 필름, 인화지, 문서, 훈장, 성조기 등의 자료를 기증받았다.

 

제인즈빌에서 파주로, 70여 년 만의 귀환

 

 

 

스패포드는 1953년 4월부터 1954년 7월까지 미 육군 제501 통신정찰대에서 복무하며 서울의 도시 풍경과 생활상을 35mm 슬라이드 필름에 담았다. 이번 수집 자료는 슬라이드 필름 외에 그의 생애와 관련된 사진(인화지), 문서류, 한국과 미국 정부가 수여한 훈장, 성조기 등으로 구성된다.

 

자료 기증자는 스패포드의 딸 케이틀린 앤 스트롬멘(Kathleen Ann Strommen)이다. 케이틀린은 부친 사후 유품을 정리하던 중 슬라이드 필름의 보관처를 찾다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민속아카이브팀은 2025년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에 있는 케이틀린의 자택을 방문해 현지에서 자료를 인수한 뒤 박물관 수증심의위원회를 거쳐 수증을 확정했다. 이렇게 확정된 자료 중 핵심인 35mm 슬라이드 필름에는 1953~1954년 서울 도심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필름으로 되살아난 잊혀진 서울 풍경

 

필름에는 종로, 시청, 덕수궁, 을지로, 경복궁, 삼청동, 안국동, 서촌, 용산 지역 등이 확인되며, 전후 복구 이전 서울의 도시 경관과 민가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현재는 사라진 중앙우체국, 중앙청 건물, 종친부 흔적, 안국동 골목, 1954년 남창동 화재 당시 현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 시기 서울의 단면을 보여주는 도시사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병사의 시선으로 담은 주한 미군의 일상

 

같은 슬라이드 필름에는 스패포드가 소속된 미 육군 제501통신부대 본부를 비롯한 주한 미군 주둔지와 막사 내부, 군용기, 장비의 모습도 담겨 있다. 특히 개인이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공식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막사 생활 장면까지 확인할 수 있어 군사사 자료로서 값어치가 크다.

 

전쟁 속에서도 이어진 서울 사람들의 일상

 

또한 슬라이드 필름에는 한국전쟁기 서울 시민들의 생활상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거리의 반공 구호와 미국 닉슨 부통령 환영 펼침막은 당시 사회 분위기와 시대상을 드러낸다. 김장철 시장 풍경에서는 개량종 무와 배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의 식생활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전차와 버스, 손수레와 달구지가 공존하는 도심 교통, 상점가 좌판의 상품, 삼청동 인근 빨래터 풍경 등은 시민들의 소비 생활과 생활 풍경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쟁 중에도 지속된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읽을 수 있는 생활사 자료로서도 의미가 크다.

 

한 병사의 삶, 한미 동맹의 역사를 담다

 

수집 자료에는 슬라이드 필름 말고도 스패포드의 개인 사진, 문서, 훈장, 국기 등이 포함되어 있어, 수집자의 주한 미군 복무 전후 과정과 전역 이후의 삶을 하나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훈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감사 서한과 같은 예우 자료가 온전히 전해졌다는 점은 한국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다. 개인의 일생이 한미 동맹의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료가 이어준 한국과의 인연

 

기증자 케이틀린 앤 스트롬멘은 박물관 직원들과의 대담에서 부친은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한국의 아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물관에 기증을 준비하면서 가족 전체가 한국을 더욱 잘 알게 되었음은 물론 부친의 수집 자료가 “진정한 고향으로 가게 되었다”라며 기쁨을 전했다.

 

개인의 기록에서 모두의 자료로

 

이번에 수증한 자료는 등록 작업을 거쳐 박물관 아카이브 자료가 된 이후, 수장고에서 보관ㆍ관리된다. 아울러 디지털화와 공개 작업도 추진해 모든 국민과 연구자, 관련 기관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자료는 한국전쟁 직후 서울의 일상과 도시 풍경을 담고 있어 민속, 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전시, 교육, 연구에 폭넓게 활용하는 한편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채널에도 공개해 많은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자료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담당자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