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지난 겨울엔”, 그에게 미쳐 살았던 행복한 겨울
▲ 김정호 지난 겨울엔 음반 표지 [그린경제/얼레빗=김상아 음악 칼럼리스트] 전설인줄 알았다. 픽션 같기도 하고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으로 오버랩 되기도 했다. 그날의 하늘은 예리한 칼날에 베여 벌어진 쌀부대처럼 이팝꽃 송이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태엽이 조여졌다. 시간도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모든 게 앞당겨졌다. 택시부 광장엔 자정이 되기도 전에 이미 인적이 끊겼다. 조금 전 아베크 한 쌍이 말똥가리가 되어 이팝꽃덩이를 굴리다 뽀르르 사라진 게 인간이 남긴 마지막 잔영이었다. 해일처럼 내리붓는 이팝꽃은 금방 발등을 덮고 무릎을 넘더니 축시를 지나자 빨간 우체통마저 절반이나 묻어 버렸다. 세상이 두꺼운 이팝꽃 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져들 때 나는 고적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허름한 이층 카페에 홀로 남아 있었다. 턴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김정호가 살아있었고, 마른멸치 몇 마리를 안주삼아 나의 소망대로 이팝꽃 더미에 묻혀갔다. 까가각 ! 강물 얼 때 얼음 갈라지는 소리처럼 쩡쩡한 까치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부비니, 아침햇살이 퇴락의 공간을 환등기처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수돗물 한사발로 사포 같은 혓바닥을 축이며 내다본 창밖 풍경은 양화점 지붕이며 약국 옥
- 김상아 음악 칼럼리스트
- 2014-07-19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