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의 음반 속에 들어있는 <신경발림>에는 능라도의 실버들, 청류벽에 흐르는 물, 모란봉 부벽루 등,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소개되고 있는 대동강 주변의 경관들이 등장한다. 또한 음악이란 모든 사람을 같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악자(樂者) 위동(爲同)의 이론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안내하는 소리, 그 소리가 바로 봉죽 타령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산천가>, <삼동주타령>, <끔대타령> 등을 비롯하여 새롭게 되찾은 소리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6. 산천가(山川歌) <산천가>는 북한의 유명한 소리꾼, 김진명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작곡자 자신이 즐겨 불렀던 곡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노래의 분위기는 해방을 맞이하며 농촌의 농사일을 표현한 경쾌한 곡이다. 곧 농촌의 풍요로움을 희망하는 소리로 산천의 아름다움과 희망이 넘쳐나도록 씩씩하게 부르는 것이 매력이다. 마치 산과 강을 벗 삼아 인생을 함께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친근감을 주고 있는 노래다. 도시의 소음에 찌든 사람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될 만큼 산도 높고 물이 맑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유지숙은 서도소리에 가장 적합한 음색을 지니고 있으면서 선대(先代) 명창들의 다양한 표현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는 명창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항상 배우며 익히는 일에 부지런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소리꾼, 잊힌 서도지방의 소리를 되찾고자 하는 학구(學究)열이 남다르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술비 타령>, <굼베 타령> 뒤로 이어지는 악곡들을 소개한다. 3. 신경발림 이 곡은 기존의 경발림을 새롭게 고쳐 만든 노래로 서도명창 김난홍이 서양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불렀던 신민요다. 그 음악적 분위기는 경쾌하고 씩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발림>이란 명칭은 서도 선소리 4곡 가운데 마지막 곡의 이름이다. 그 내용은 평양 대동강의 풍광을 비롯하여 서도의 8경과 관동 8경의 정취를 노래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인 명창들의 활동상황,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서도8경의 절경들도 흥미롭게 엮어 놓은 내용의 노래다. 이에 견줘 <신 경발림>은 평양의 명승지를 중심으로 하여 꽃 피는 봄과 가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고 그 흥취를 가눌 길 없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 가사 속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지숙의 맑고 부드러운 음색과 다양한 창법, 그리고 음악적 기교 등이 최정상급 소리꾼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작업은 잊힌 서도지방의 소리들을 되찾는 일이라는 점, 그가 깨우려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잠자고 있을지도 모를 북녘의 소리가 그녀의 친근감 있는 목소리와 가락으로 새롭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고마운 일이다. 잊혔거나, 벌써 잊어버린 노래들을 우리가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유지숙 명창을 비롯한 몇몇 서도소리 전공자들의 고군분투가 이 분야의 활성화에 크나큰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악계가 그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전통 서도소리꾼들이 공감하고 있듯이, 서도소리의 위세(威勢)가 점차 하향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지켜 볼 때, 더 이상 기다려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중하게 문화재청이나 문광부 등 국가기관에 요청하고자 한다. “이젠, 국가가 유지숙 명창을 위시해서 서도소리를 위해 노력해 온 유능한 소리꾼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때가 되었으니, 예능 능력 보유 여부와 자격을 살펴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항두계 놀이> 이야기하면서 김정연이나 오복녀, 등 월남해 온 명창들로부터 배워 익힌 동 놀이가 평안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는 점, 전국민속 경연에 참가한 항두계놀이는 유지숙 명칭이 총연출과 직접 지도를 해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점, 이 놀이 속에는 통속화된 경서도 소리, 또는 항두계 놀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이한 노동요, 그리고 놀이 및 토속적인 소리가 다수 들어 있는 귀중한 놀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유지숙 명창은 일찍이 서도소리의 예능보유자였던 오복녀 명창에게 황해도나 평안도 지역의 소리 전반을 배운 이래, 오랜 기간 국립국악원 민속단의 서도소리 단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크게 이름을 드러냈다. 그 노력의 결과일까? 아니면 성실한 인간관계가 주위사람을 감동시켰을까?, 최근에는 국립국악원 예술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 그 직책이 정기 연주를 비롯하여 수시로 발표할 모든 공연 무대의 작품을 구상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직급이오, 직책이다. 또한 그는 연구 작업에도 열심이어서 박사학위를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데,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서도소리 제(諸) 악곡에 나타나 있는 특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지숙 명창의 제자들이 준비한 서도소리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로 수심가를 비롯하여, 서도지방의 좌창(坐唱), 입창(立唱), 민요, 그리고 <항두계 놀이>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김정연이나 오복녀 등 월남해 온 명창들로부터 배워 익힌 항두계 놀이는 10여년 전, 이북5도청(평안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는 이야기, 얼마 전, 이 종목은 전국 민속대회에서 그 전통성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는 이야기, 이 놀이는 두레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역사가 있는 전통의 연희라는 점도 이야기 하였다. 항두계 놀이는 평안남도의 가무극(歌舞劇) 형식의 놀이다. 그러므로 이 놀이에서 소리면 소리, 춤이면 춤, 등 해당 지역의 독특한 요소들을 함축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특한 요소의 함축이란 말에서 우선해서 떠오르는 특징적 요소가 바로 서도소리의 창법에서 발견되는 떠는 소리, 곧 요성(搖聲)의 표현법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시김새, 곧 본음(本音)의 앞이나 뒤에서 그 음을 장식해 주는 여러 꾸밈음, 예를 들면, 떠는 음인 요성(搖聲)도 경기지방의 떠는 소리의 형태나 남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는 판소리 <적벽가> 가운데 삼고초려(三顧草廬)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유비, 관우, 장비 등 3인이 의형제를 맺고, 제갈양의 초려를 찾아가는데, 무인(武人) 장수들의 위엄을 그려내기 위해 웅장한 우조(羽調)로 부른다고 이야기하였다. 예부터 사대부들이 <적벽가>를 즐겨온 배경은 호령하듯 높고 크게 질러내는 소리가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점, 찾아온 손님들을 세워놓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초려의 젊은 주인, 제갈량(諸葛亮)에게 장비는 불만이 많았다는 점. 제갈량은 형주에서 문인(文人)들과 교류하며 20대 중반부터 재야의 현인(賢人)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는데, 그의 자(字)를 따라 와룡선생으로 불렸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어서 후에 유비가 황제에 오르자, 승상(丞相)에 취임하였고, 유비가 병사함에 그의 장남을 보좌할 고명대신이 되었다는 점, 세간에 구전하는 제갈량의 초인적 지략은 대부분 소설 《삼국지연의》을 따르고 있지만, 유비의 신임을 받아 중용된 것은 소설과 역사서의 기록이 일치한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하였다. <적벽가> 이야기 가운데, 이번 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는 판소리 <적벽가> 가운데 화용도 좁은 길에서 만난 조조와 관우의 “살려 달라.”와 “칼 받으라.”의 싸움이 처절하게 펼쳐졌다는 이야기, 조조와 그의 모든 장졸들이 모두 다 꿇어 엎어져, 앙천(仰天) 통곡을 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니 관공의 어진 마음, 조조를 쾌히 놓아주고, 돌아와 공명께 법대로 처벌하기를 요청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공명이 내려와 관우의 손을 잡고 회답하기를 “조조는 죽일 사람이 아닌 고로 장군을 보냈으니 그 일을 뉘 알리요.”라고 답을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판소리 <적벽가>의 주요 대목은 이제까지 소개한 바와 같이 조조와 관우가 만나게 된 화용도 대목을 비롯하여 ‘삼고초려’ ‘장판교 싸움’, ‘군사 설움타령’, 적벽강 싸움‘ 등으로 구분이 되는데, 유파에 따라서는 조금씩 들쑥날쑥하여 일정하지 않다. ’삼고초려(三顧草廬)‘ 대목은 글자 그대로 풀밭 속의 오두막집을 세 번째 돌아본다는 뜻으로 숨어 사는 현명한 사람을 임금이 세 번씩이나 찾아가서 만난다는 말이다. 임금을 도와 세상을 이롭게 만들 위인을 얻는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하는 말이다. 이 대목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판소리 <적벽가> 가운데 화용도 좁은 길에서 만난 조조와 관우의 이야기를 하였다. 조조가 안전하다는 화용도 좁은 길로 들어서자마자, 매복해 있던 관우에게 잡히게 되었다. 조조와 수하 장수들의 생사가 관우 장군에게 달려있으니 별반통촉해 달라고 애원하는 대목이 눈물겹기만 하다. 조조는 옛날 유공지사와 자택유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판소리에서 확인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너무도 사실적이다. 사설의 처리를 아니리와 발림(동작이나 연기)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펼치고 있어서 훨씬 이해가 빠르고 재미있다. 같은 사설의 동일한 내용을 노래한다고 해도 경기좌창으로 감상하는 적벽가와는 대조적이다. 위에서 유공지사와 자택유자 두 사람을 생각해서 제발 덕분에 살려 달라는 대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중국 춘추 전국시대 정(鄭)나라의 자택유자가 위나라를 쳐들어갔는데, 위나라의 유공지사에게 쫓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모두 활을 잘 쏘았는데, 유공지사는 자택유자에게 직접 활 쏘는 법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활쏘기를 지도해 준 간접적인 선생이 된다고 해서 그를 예우하여 죽이지 않고 살려 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좌창으로 부르는 <적벽가>의 내용 중, 적벽 전투에서 크게 패한 조조와 그의 군사들이 화용도(華容道) 좁은 길에서 관우(關羽)에게 잡혀 목숨을 구걸하는데, 관우는 조조 일행의 길을 열어주고 말머리를 돌렸다고 이야기하였다. 적군을 생포했으나 돌려보냈다고 하면, 과연 누가 이긴 것인가? 개선장군의 늠름한 자세로 돌아와 환영받아야 할 관우의 측면에서 볼 때, 조조를 놓아주고 빈손으로 돌아온 그를 대하는 시선이 궁굼하기만 하다. 그의 승리인가? 아니면 그 난관을 어떻게든 뚫고 되살아 간 조조의 승리인가? <적벽가>가 던져주는 대의(大義)란 참으로 크고 멋지다. 경기좌창으로의 <적벽가> 내용은 이미 소개하였거니와 같은 대목을 정권진 명창의 판소리로, 관우와 조조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경기좌창과는 달리, 판소리에서는 시작 부분부터 벌써 연극을 감상하듯, 관우와 조조 두 사람의 대화가 <아니리>로 진행되고 있다, 아니리란 창(唱)이 아니라, 말로 하는 곧 대사 부분이다. 조조의 부하들이 “전후좌우가 복병이고, 진퇴유곡입니다. 전일 승상(조조)께서는 관공에게 깊은 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로 부르는 <적벽가>와 경기 좌창의 <적벽가>는 사설 내용이 부분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을 빼고는 창법이나 선율 진행, 표현방법, 등이 양자가 전혀 다른 노래라는 점, 좌창을 <잡가(雜歌)>라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조조와 그의 군사들이 화용도 좁은 길에서 관우(關羽)에게 잡혀 목숨을 구걸하는 대목을 소개한다. 서울, 경기의 좌창 가운데 한 곡인 적벽가에는 적벽의 전투에서 크게 패한 조조의 군사가 화용도 좁은 길로 들어서자, 그곳에 매복해 있던 관우(關羽, 관운장, 관왕)에게 잡혀 목숨을 구걸하는 대목이 나온다. 관우가 조조에게 목을 늘여 칼을 받으라고 명하는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이 대목의 경기좌창 사설은 아래와 같다. “이놈, 조조야,! 너 잡으러 여기 올 제, 군령장 두고 왔다. 네 죄상을 모르느냐? 천정(天情) 거역하고 백성을 살해하니, 만민(萬民) 도탄(塗炭)을 생각지 않고, 너를 어이 용서하리. 간사한 말을 말고, 짧은 목, 길게 늘여 청룡도(靑龍刀) 받으라, 하시는 소래, 일촌간장(一寸肝腸)이 다 녹는다.” 위에서 군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