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유광남 작가]저 아이가 운이 좋다면 아마 조선의 새 하늘 아래에서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네만. 유성룡의 말꼬리를 김충선이 붙들었다. 반드시 그리 될 것입니다. 장군이 아니고서는 조선의 바다를 누가 수호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때는 우리와 같은 마음이시어야 합니다. 나도 간절히 원하고 있겠네. 유성룡의 답변을 들으며 김충선은 이순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만 돌아가자는 무언의 표시였다. 그런데 불쑥 이순신이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들이 아직도 밖에서 우릴 감시하고 있으려나? 김충선이 흠칫 하였다. 미행을 눈치 채고 있으셨습니까? 이순신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의 예민함이 오늘의 이순신을 만든 것이지. 서애 유성룡은 약간의 당혹감을 드러냈다. 미행이라니? 김충선이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누군가로부터 사찰(使察)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감이 아니시라면 누구겠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내 집을 방문했다는 것은? 굳이 설명 드린다면 대감께옵서도 우리 편이라는 것을 알려야지요. 허허...... 유성룡은 어이가 없던지 실소를 흘렸다. 그는 침묵하는 이순신을 돌아봤다. 삐쩍 마른 체구에 눈이 십 리
서애대감은 불가사의하구나. 김충선은 유성룡에 대해서 새삼 경외심을 지닐 수밖에는 없었다. 동시에 이순신에 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순신은 34일 간의 옥중 생활을 마무리하고 출옥 한 후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순신의 나라를 위한 왕도(王道)를 걷게 되리라. 이순신은 유진을 잡아 일으켰다. 조선의 희망은 자네와 같은 젊은이라네. 부족함이 많사옵니다. 그럴 리가 있는가? 대감께옵서 이 새벽에 자네를 내 앞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조선의 동량(棟梁)을 내 눈으로 확인하라는 의도가 아니시겠는가. 유진은 이순신의 어깨 너머로 서애 유성룡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장군을 뵙고 싶었습니다. 오호, 그랬던가? 임진년에는 소생의 나이가 열 살 이었습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몰려오던 일본의 무리들이 무섭고 두려웠지요. 그때 처음으로 장군의 승전 소식을 피난길에서 들었습니다. 어린 소견에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유진은 그 날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는지 감회(感懷)에 젖었다. 그게 어디 이 사람의 공이던가? 자부(慈父)이신 대감의 안목(眼目) 때문이지. 한낱 종 6품의 지방 현감을 정 3품의 수
그림경제=가람 기자] 송강 정철과자미(진옥)의 사랑이야기..... (백일홍꽃을 보고 자미라하는데 남원의 시목이기도 하다. 송강이 전라감사로 있을 무렵이라니 정철이 48세 전후의 중년시기였던 것 같다. 남원 관아에 자미(紫薇)라는 동기(童妓)가 있었는데 송강이 자미의머리를 얹어주었다고 한다.(머리를 얹는다는 것은 옛날 처녀들이 결혼을 하면 긴 머리를 돌돌 말아 머리위에 얹고 풀리지 않도록 비녀을 꽂는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당시 송강의 관찰사 시절을 그의 시에서 잠시엿보자. 청풍명월속에.... 恢拓銀河弄明月(회척은하농명월) 은하연못 크게 넓혀 밝은달과 노닐고 栽培塢竹挹淸風(재배오죽읍청풍) 둑위에 대를 심어 맑은 바람을 들였네 一年南國巡宣化(일년남국순선화) 한해남녁관찰사로 일할적에 只在淸風明月中(지재청풍명월중) 청풍명월속에서 지냈네.. 화자는 일년여동안 전라도관찰사로 재직하면서 밝은달과 맑은바람과 더불어 지냈다고 술회한다. 이 시는 정철이 남원의 광한루를 크게 증축(1582년 선조 15년)하고, 쓴시다. 송강은 광한루 연못을 파고,세 개의 섬(삼신산,삼신선도)을만들어동쪽의방장섬에배롱나무를중앙의봉래섬에는대나무를서쪽오작교옆의영주섬에는연정을세웠고호수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이순신에게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가. 삼도수군통제사 직위는 파직이 되었고 그의 강력한 함대는 원균에게 모조리 넘어갔다. 그의 명령에 일사불란(一絲不亂) 움직이던 군사들은 이미 타인의 군졸로 변해버렸다. 이순신은 백의종군(白衣從軍)의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 형국이었다. 이순신은 절망(絶望)적 상황이었다. 내게는 육신(肉身)이 남아있고 정신(精神)이 살아 있나이다. 이순신의 반박에 유성룡은 냉정했다. 단지 그것으로 개천(開天)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소? 나의 하늘이 아니라 우리의 하늘이기에 가능 하외다. 확률이 낮은 승부에 모험을 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요. 장군의 의지는 그저 평범할 뿐이요. 나는 절대 무모하지 않소. 서애 유성룡의 단호함을 지켜보면서 김충선은 의아했다. 일본인 사야가에서 조선인 김충선으로 변신한 그는 유성룡의 의도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이순신에게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그는 왜 이런 새벽에 귀중한 아들을 내보내어 이순신의 방문을 고대 하였는가? 그는 분명히 그들의 방문을 예견하고 있었다. 설마 이순신과 김충선에게 왕권에 대한 무모한 도전을 경고하고자 기다렸단 말인가. 대감이 원하는 것은 진정 무엇이요? 김충선
[그린경제=유광남 작가]이순신의 경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예외가 있었다면 그래도 임진년의 전쟁 때문에 많이 참아 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조일전쟁(임진왜란)을 통하여 이순신이 영웅으로 탄생하자 선조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조급한 불안증으로 어전회의를 제대로 해 나가지 못할 지경이었다. 백성들에 대한 이순신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자 선조는 이탈하는 민심을 그대로 방관하지 않았다. 그는 이순신에 대해서도 김덕령과 같은 함정을 팠다. 하지만 누가 감히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이순신은 치밀한 전략가인 동시에 꼼꼼하고 섬세한 기록자였다. 이순신의 숨겨졌던 장계! 그것의 폭로 때문에 이순신은 김덕령과 다르게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희들이 이 새벽에 찾아올지 알고 계셨다면 능히 연유도 아실 터이지요. 김충선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고 유성룡이 답했다. 함부로 입에 올릴 까닭은 아니지. 이순신은 이제 침묵하지 않았다. 대감, 내게 길을 인도하소서. 유성룡은 깊은 상념의 시선을 이순신에게 고정하였다. 과하지도, 모나지도 않은 눈빛이 이순신의 전신을 훑었다. 34일 간의 감옥 생활로 이순신은 피로가 누적되고 쇠약한 몰골이었다. 유성룡은 가슴이 미어져왔다. 오로지
[그린경제=유광남 직가] 김충선이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소생은 지금 대감의 혜안(慧眼)에 감탄만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조선 제일의 재상(宰相)이시옵니다. 서애 유성룡이 싱긋이 웃었다. 그대야말로 삼국시대의 장수 관우(關羽)나 자룡의 헌신이 아니던가. 내가 보면 볼수록 자네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는 것을 아는가? 김충선은 몸을 더욱 조아렸다. 대감께서는 과연 신(神)의 기운을 지니고 계시옵니다. 그걸 어찌 아셨는지요? 관운장과 조자룡은 소생이 가장 흠모하는 장수들이옵니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유진은 내심 실소를 머금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관우와 조운이 가당키나 하는 것입니까? 아버님이 평소와는 다르게 감언(甘言)이 대단하시구나. 후훗 그러나 부친 유성룡은 결코 농담을 건네는 표정이 아니었다. 만일 자네와 같은 장수 한 명 만 더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참으로 조선의 기쁨이 될 것일세. 김충선의 입가에 안타까운 미소가 머무르다가 홀연 부드러운 표정이 적막해졌다. 김덕령! 그가 있었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았지요. 의병장 김덕령은 왕세자 광해군이 직접 익호장군이란 칭호를 내려줬던 장수였다. 분조 무군사(無軍司) 시절에 광해군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며 용맹하기
김충선이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소생은 지금 대감의 혜안(慧眼)에 감탄만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조선 제일의 재상(宰相)이시옵니다. 서애 유성룡이 싱긋이 웃었다. 그대야말로 삼국시대의 장수 관우(關羽)나 자룡의 헌신이 아니던가. 내가 보면 볼수록 자네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는 것을 아는가? 김충선은 몸을 더욱 조아렸다. 대감께서는 과연 신(神)의 기운을 지니고 계시옵니다. 그걸 어찌 아셨는지요? 관운장과 조자룡은 소생이 가장 흠모하는 장수들이옵니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유진은 내심 실소를 머금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관우와 조운이 가당키나 하는 것입니까? 아버님이 평소와는 다르게 감언(甘言)이 대단하시구나. 후훗 그러나 부친 유성룡은 결코 농담을 건네는 표정이 아니었다. 만일 자네와 같은 장수 한 명 만 더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참으로 조선의 기쁨이 될 것일세. 김충선의 입가에 안타까운 미소가 머무르다가 홀연 부드러운 표정이 적막해졌다. 김덕령! 그가 있었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았지요. 의병장 김덕령은 왕세자 광해군이 직접 익호장군이란 칭호를 내려줬던 장수였다. 분조 무군사(無軍司) 시절에 광해군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며 용맹하기 그지없는 장수중에 장수였다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칼잡이는 땅바닥의 글귀를 슬쩍 훑어보더니 재빠르게 강두명을 앞질렀다. 소인이 글을 읽는 재주는 없지만 척 보니까 제법 글자에 힘이 넘치게 들었습니다. 강두명은 어이가 없었다. 허튼 수작 말고 미행에 만전을 기하라. 염려 놓으십시오. 그게 바로 소인의 전문 아닙니까? 칼잡이가 히쭉 웃으며 빠른 걸음을 걸었다. 사헌부 지평 강두명은 고개를 돌려서 다시 한 번 그들이 쓰고 간 땅바닥의 글자를 음미했다. 이래서 성상께서는 이순신에 대하여 안심을 하지 못하시는 것이다. * * * ......! 이순신과 김충선은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충선은 가까스로 벌어진 입을 다물며 이순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들으셨습니까? 이순신의 경직된 얼굴이 순간적으로 풀어졌다. 기다리고 계셨다니 어서 들어가야지. 서애대감이 가장 총애하는 셋째 아들 유진이 문간에 서 있다가 그들을 안내했다. 이리로. 몸가짐이 바르고 태도가 의연했다. 눈매는 총기가 어려 있고 코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입술은 적당히 도톰하고 붉었으며 전체적 얼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남자 풍이었다. 김충선이 그 약관(弱冠)의 도령에게 물었다. 대감께옵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가
당연하지. 그 조선의 병력으로는 현재 그 어느 나라도 상대할 수 없어. 조선이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로지 교묘한 줄타기뿐이지. 그러나 그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교(沙橋)를 놓는 것과 다름이 없어. 우린 내부적으로 일당 백, 일당 천의 강한 군사력을 키워야만 한다.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적을 이용하여 적을 쳐야하는 계략만이 우리가 새로운 하늘을 제대로 열게 되는 길이다. 김충선은 이순신의 분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본래 이순신은 문관이 되려했던 무관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즐겨 책을 읽었으며 벼슬에 올라서도 서책을 읽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독한 독서광이었던 이순신은 무관의 신분이 되자 손자병법(孫子兵法)과 오자병법(吳者兵法) 육도삼략(六韜三略)을 누더기가 되도록 읽고 외웠다. 또한 유성룡으로부터 넘겨받게 된 병서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습득하였다. 김충선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장군의 지모(智謀)가 가히 공명(孔明)에 가깝습니다. 이순신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애대감이 계시는데 감히 내가 제갈공명을 자처하겠는가? 서애 유성룡은 조일전쟁 내내 탁월한 용병술(用兵術)로 침몰하는 조선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선조는 명나라 군사들을 부름에 있어서 천군(天軍)이라 호칭하고 있지 않습니까? 명에 대한 의존도가 수위를 넘겼습니다. 오죽하면 일본과의 전쟁이 터지자 망명을 하고자 했겠습니까? 조선은 명나라를 언제나 섬기고 있습니다. 이순신의 눈매에서 예사롭지 않은 결의가 뿜어져 나왔다. 겁은 나지만 비겁하기는 싫다. 조선의 굴욕을 더 이상 감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은 명나라에 대하여 뿌리 깊은 불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 명나라 군대는 조선을 구원하기 위해 왔다는 미명아래 온갖 추태를 저지르며, 그 오만방자함이 설명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단지 군사의 숫자가 많을 뿐이옵니다. 그러나 숫자는 숫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명나라 대군을 상대하기 위한 방도가 존재 합니다. 이순신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너에게 그런 방안이 강구되어 있단 말이냐? 장담드릴 수 없으나 사용할 만합니다. 김충선은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좋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 표현해 보도록 하자. 이순신은 어린아이처럼 제안했다. 그리고는 걷다말고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글자를 적었다. 김충선은 이순신의 돌연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확실히 이순신은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