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방영기(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전수조교) 명창 외에 50여명의 보존회원들이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 의 공연을 펼쳤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집터 다지는 소리’와 같은 노동요는 소리와 장단으로 전체를 지휘하는 선소리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무술’은 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二梅洞)의 옛 이름으로 한 농부가 냇가에서 천년 만에 승천할 이무기를 잡았는데, 죽은 이무기의 위령 승천제를 지내주자, 그 자리에 매화나무 두 그루가 솟아났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현재, 성남시는 이 소리를 향토문화재로 지정하고, 충실하게 전승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이무술집터다지는소리>의 선창자와 지경꾼들이 만들어 나가는 노동요의 실제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새로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새로운 삶을 시작함에 있어서 모든 액(厄)은 물러가고, 재물을 모으게 해달라고 기원을 하게 된다. 땅을 다지는 작업 과정은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일하는 소리를 통해서 작업의 고됨을 잊게 만들고, 서로의 화합과 협동심을 고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의 소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300년 전 일본 왕실에는 고대 한반도 출신의 악사들이 즐비했다. 일본의 정사(正史)인 《속일본기(續日本紀)》 731년 7월 29일 기록만 봐도 “아악료(雅樂寮)에 속하는 악생(樂生)의 정원은 대당악(大唐樂) 39명, 백제악(百濟樂) 26명, 고구려악(高麗樂 ) 8명, 신라악(新羅樂) 4명, 탐라악(耽羅樂악) 62명...을 두었다.”는 내용이 보인다. 그런가하면 740년 12월 4일에는 "왕실에서 신라악을 연주하게 했다", 744년 2월 22일에는 "백제악을 연주하게 했다"는 기록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러한 고대 한국 출신이 담당하던 음악은 고마가쿠(高麗樂, 고구려를 뜻함)라는 이름으로 현재 일본 전통음악인 아악에 전승되고 있다. 《속일본기》 보다 앞선 기록으로는 《일본서기》 570년 7월, 상락관(相樂館)에서 고구려 사신을 위한 연회를 베풀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런가 하면 683년, 천무왕 12년(683)조에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의 음악이 조정에서 연주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일본 왕실과 고대 한국은 잦은 음악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일본후기(日本後紀》에는 809년에 활약했던 고려악사 4명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십장가의 마지막 이야기로, 십악대죄(十惡大罪)는 중국의 당나라 이전부터 정해져 내려오는 10개의 큰 죄로 도둑질을 비롯하여, 간사함, 거짓말, 꾸며댄 말, 험담, 이간질, 분노, 그릇된 생각, 정절 훼손 등이 포함된다는 점, 중국의 영향을 받은 고려나 조선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지역이 본 형법의 체계를 기본으로 했다는 점, 십생구사(十生九死)나 구사일생(九死一生)은 생존율 10%를 강조하는 말이며, 십맹일장(十盲一杖)은 10여명의 맹인이 하나의 지팡이에 의지한다는 뜻임을 얘기했다. 경기 잡가의 노랫말에 견주어 판소리 사설은 오히려 간결하다는 점, 도드리 장단은 되돌아든다, 반복한다는 뜻으로 환입(還入)이라 부르며, 6박 구성이라는 점, 제1-2박은 합장단, 제3박은 채편, 제4박은 북편, 제5-6박은 채굴림 주법인데, 이를 문자로 쓸 때에는 쌍(雙), 편(鞭), 고(鼓), 요(搖)의 장단형이라는 점, 경기좌창은 선율 악기의 반주가 따르지 않고, 주로 장고 장단에 맞추었으며 장단이 느릴수록 음을 꾸미거나 잔가락을 많이 넣는다는 점, 유절형식이며 라(la)-도(Do)-레(Re)-미(Mi)의 상행형 선율과 라(La)-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我本靑山鶴(아본청산학) 나는 본래 청산에 노니는 학인데 常遊五色雲(상유오색운) 항상 오색구름을 타고 놀다가 一朝雲霧盡(일조운무진) 하루아침에 오색구름이 사라지는 바람에 誤落野鷄群(오락야계군) 잘못하여 닭 무리 속에 떨어졌노라. 이 시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4년 12월부터 1605년 3월까지 교토 흥성사에 머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나눈 시로 알려졌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는 ‘일본교토 흥성사(興聖寺,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遺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11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교토 흥성사에서 소장 중인 사명대사의 유묵을 영상 데이터로 제공 받아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9월 19일치 산케이웨스트(産経WEST)에 따르면 “송운대사(사명대사)는 풍신수길에 의한 조선출병시에 의승병(義僧兵)을 이끌고 일본과 싸웠다. 그 뒤 교토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면회하고 국교회복과 조선인 포로를 귀국 시키키 위해 교섭에 진력을 다했다. 이후 1607년부터 시작한 조선통신사 기반을 구축했다.”고 사명대사를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송운대사(松雲大師)로 더 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민요와 고전춤으로 유명한 김단아 명창의 소개와 십장가의 여덟 번째 매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김단아는 제1회 <비취 전국경기민요 경창> 명창부 대상,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이라는 경력이 말해 주듯 무용과 소리를 겸비한 예인이며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와 서울시 문화재 고법(장단)의 이수자로 활동한다는 점을 얘기했다. 특히 무속(巫俗)소리 가운데 ‘조상거리’나 ‘대감타령’ 같은 가(歌)무(舞)악(樂) 요소가 짙은 노래들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해서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였다. 십장가의 여덟 번째 매질과 관련된 사설에는 팔자, 팔괘(八卦) 등이 나오는데, 8괘란 '음양(陰陽)'의 세계관을 토대로 그 구체적인 삼라만상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태극기에도 건, 곤, 감, 이의 네 가지 괘가 그려져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경기좌창으로 불리는 십장가의 아홉 번째 매질을 당하는 대목 이야기로 이어간다. 춘향이가 아홉 번째 매를 맞고 하는 말은 “구차한 춘향이가 굽이굽이(구비구비) 맺힌 설움, 구곡지수(九曲之水) 어니어든 구관 자제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점점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는 기러기가 놀라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것은 늙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위는 조선 중기 문신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기록으로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입니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물기가 땅 위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첫 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으며,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누렇고 빨갛게 바뀝니다.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이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 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22일) 일본 열도는 일왕 즉위식으로 떠들썩했다. 일왕이 살고 있는 도쿄 황거(皇居)에서 거행된 일왕즉위식은 국내외 2,000여명의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외국으로부터 찾아온 손님은 191개 나라에서 423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일왕즉위식은 낮 1시 5분, 위엄있는 전통복으로 갈아입은 일왕이 ‘국민의 행복과 세계평화를 빌며 국민에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내용의 선언을 시작으로 약 30여 분 동안 즉위식이 이어졌다. 어제 등극한 나루히토 왕의 고조부는 122대인 메이지왕(明治天皇)이며 메이지는 61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증조부인 제123대 다이쇼왕(大正天皇)으로 단명하여 48살에 숨을 거두었다. 조부인 제124대 쇼와왕(昭和天皇) 시대를 거쳐 아버지 헤이세이왕(平成天皇)은 제125대다. 어제 제126대 일왕 즉위식을 한 나루히토는 원래대로라면 전 왕이 숨을 거두고 난 뒤 새 왕으로 등극해야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전왕이 생존해 있으면서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일본에 천황제가 성립된 것은 7세기 후반의 일로 대보율령(大宝律令)에서 ‘천황(天皇)’」이라는 칭호를 법제화했다. 그러나 일왕제도는 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경기 좌창 중의 <십장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춘향이가 신임 사또의 수청 요구를 거역한 죄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며 항변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중 <오>자로 시작되는 용어들은 오매불망(寤寐不忘), 오관참장(五關斬將), <육>에서는 육국유세, 곧 춘추전국시대에 여섯 나라의 임금을 설득하여 합종(合從)시켰다는 소진이도 춘향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과, 혼인 때에 갖추게 되는 여섯 가지 의식이란 의미의 육례연분 이야기, <칠>로 시작하는 칠리청탄(七里淸灘)은 길고도 맑은 강물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에 춘향을 내던져도 반드시 이 도령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얼마 전, 강화군이 주최한 전국국악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 대회는 역사가 그리 오래된 대회는 아니나 참가인원이 400여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대회로 성장해 가고 있다. 여기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김단아 명창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나눈 것이 기억에 남는다. 김 명창은 경기소리와 고전 춤을 함께 전공하고 있는 예인이다. 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다. 그 가운데서도 교토의 3대 마츠리는 이름난 것으로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를 꼽을 수 있다. 해마다 10월 22일 열리는 지다이마츠리는 헤이안 천도로부터 1,100년째를 기념하여 명치28(1895)년에 환무천황(桓武天皇)을 제신으로 시작한 마츠리로 올해 124회째를 맞는다. 그러나 올해는 레이와 원년(令和元年, 새로 일왕이 된 나루히토의 연호)으로 황거(일왕이 사는 곳)에서 즉위식 행사가 있어서 26일로 날짜 변경이 예정되어 있다. 마츠리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도구, 행렬 시간 등을 따지자면 7월의 기온마츠리(祇園祭)가 가장 성대하지만 5월의 아오이마츠리(葵祭)나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도 꽤 볼만하다. 지다이마츠리 행렬은 교토 어소(御所)를 낮 12시에 출발하여 가라스마도오리 등 시내 4∼5킬로 구간을 행진한 뒤 헤이안신궁(平安神宮)으로 돌아오는 진행이다. 지다이마츠리의 백미는 형형색색의 옛 시대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인데 시내를 행진할 때에는 각 시대별 곧 헤이안-가마쿠라-무로마치-안도모모야마-에도-메이지시대의 옷으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경기 좌창 가운데 <십장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춘향이가 세 번째 매질을 당하며 삼(三)자로 시작되는 삼한갑족, 삼강, 삼춘화류승화시, 삼배주, 삼생연분과 같은 말들을 외쳤는데, 이 가운데 삼한갑족(三韓甲族)이란 훌륭한 집안을 뜻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네 번째 매질에는 사(四)자로 시작되는 사면차지(四面次知), 사서삼경, 사시장춘, 사지(四肢) 등이 나오고 있는데, 경기좌창의 십장가나 판소리 사설에 보이는 “사지를 쫙쫙 찢어 사대문으로 걸쳤어도 가망없고 무가내”라고 항변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춘향이가 신임 사또로부터 수청의 요구를 거역한 죄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며 항변하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다섯 맞고 하는 말에서는 <오>자로 시작되는 용어들, 곧 오매불망, 오륜, 오날, 오관참장과 같은 말들이 나온다. 이 부분의 노랫말은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륜에도 제일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 관운장같이 날랜 장수, 자룡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 지고.” 오매불망(寤寐不忘)에서 오(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