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3.1절은 지났지만 저희는 3.1만세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돌을 맞은 한국의 분위기를 맛보고 싶었습니다. 6월 24일까지 현재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3.1절 특집 전시를 하고 있는 중이라 그동안에 서울에 올 틈을 내지 못했지요.” 이는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의 전 이사장인 하라다 쿄코(原田京子) 씨의 말이다. 어제(18일) 오후, 하라다 이사장과 고려박물관 이사로 있는 도다 미츠코(戶田光子) 씨를 안중근의사 기념관에서 만났다. “하라다 쿄코 씨는 여러 번 이곳에 왔다고 들었지만 저는 처음입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막상 기념관에 와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새삼 그의 애국정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다 미츠코 이사는 기념관을 돌아보고 그렇게 말했다. 모두 3층으로 꾸며진 기념관을 꼼꼼하게 다 둘러보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한정된 시간이지만 알차게 기념관을 설명해준 사람은 이혜균 사무국장이었다. 이 사무국장은 유창한 일본말로 안중근 의사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하얼빈 의거와 사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3층 전시관에는 안중근 의사가 붓글씨로 직접 쓴 심금을 울리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향가 중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을 고하는 <와상 대목>을 소개하였고, 이 도령이 춘향에게 들려주는 ‘소통국 모자의 이별’, ‘오나라와 월나라 여인들의 부부이별’, ‘초패왕과 우 부인의 이별’, ‘왕 소군의 한궁 이별’ 등 이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연인들에게 있어 이별이란 상처를 남기게 되는 슬픔이고 아픔이란 점, 춘향가는 남녀가 만나게 되면서 사랑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그리워하다가 다시 만난다는 극적인 구조를 지닌 대표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헤어짐의 정표로 거울과 옥지환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와 이 도령과 헤어져 슬픔에 쌓인 춘향이가 이별 별(別)자를 낸 사람은 자기와 백년 원수라고 원망조로 표현하는 대목을 소개한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 도령은 떠나기 앞서 석경(거울)을 내어주며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 빛과 같으니 이걸 깊이 두었다가 날 본 듯이 내 보라”며 당부하였고, 춘향 역시 끼고 있던 옥지환을 빼 주며 “여자의 명심불망 지환 빛과 같으니 이걸 깊이 두었다가 날 본 듯이 내 보라”며 이별의 정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큐슈 남부 가고시마(鹿兒島)의 명물로 ‘고려떡(高麗餠)’이란 게 있다. 고려떡을 이곳에서는 고레모찌(鹿兒島餠)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고레’ 란 고려를 뜻하고 ‘모찌’는 떡을 뜻한다. 일본에서 ‘고려(高麗)’는 ‘고구려’를 뜻하거나 삼국 이후의 나라였던 ‘고려’를 뜻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고려떡이 있는 것일까? 가고시마의 고려떡은 이 지역 명물로 오래된 집은 300년 이상 된 가게도 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 아카시야(明石屋) 고려떡집이다 “사츠마의 나에시로가와라는 곳에는 정유재란 때 시마즈가와 더불어 도공들이 300년간 전통을 지키면서 도기를 굽고 있던 곳이다. 고려떡은 팥가루와 쌀가루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신에게 바치는 공물(供物)용 떡으로 다뤄져 왔으나 지금은 가고시마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아뿔싸! 정유재란 때 끌려갔던 조선인들로부터 유래한 떡이 아니던가? ”아카시야(明石屋) 고려떡집은 창업한지 160년을 넘는 가게로 초기의 맛과 디자인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누리집에 적혀 있다. 또 누리집에 따르면 ”고려떡은 기존 떡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민요 <이별가>에 이어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이 도령과 춘향의 이별 대목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헤어지기 전날 밤, 춘향은 울부짖으며 “금강산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다시 올 것인가? 바다가 육지가 되거든 올 것인가?, 말 머리에 뿔나거든 올 것인가? 까마귀 머리 희어지면 오겠는가?” 등 불가능한 조건들을 열거하며 다짐을 받으려 한다는 이야기, 이에 이 도령은 오나라 정부(征婦)이야기를 끌어 들이며 그녀들이 싸움터에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듯, 자기를 기다려 달라는 주문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뒤로 이어지는 대목이 오리정이 아닌, 춘향의 집안에서 이별을 고하는 느린 진양 장단의 <와상 대목>이다. 이 부분의 사설을 읽어보도록 한다. “와상(臥床) 우에 자리를 펴고 술상 차려 내여 놓으며 이왕의 가실테면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권군갱진일배주 허니, 명조상이로막막을 여관한등 잠 못 들 제, 권할 사람 뉘 있으며 위로 헐 이가 누 있으리, 이 술 한잔을 잡수시고 <중략> 편안히 행차를 허오” 위 글에서 권군갱진일배주(勸君更盡一杯酒)는 상대에게 다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얼마 전 가와사키 시에서 일어난 은둔형외톨이로 추정되는 50대 남자가 초등학생 등에게 칼을 휘둘러 20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 아들도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까봐 제가 아들을 죽였습니다.” 이는 지난 1일, 농림성 차관 출신인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沢英昭, 76살) 씨가 아들을 죽인 뒤 경찰에서 한 말이다. 올해 44살인 아들 에이치로(英一郎)는 중학생 무렵부터 은둔형외톨이 경향을 보이면서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줄곧 부모와 함께 살던 아들은 10년 전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다가 지난달 말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해 집에 돌아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걸핏하면 부모에게 폭행을 가해 아버지 히데아키 씨는 온몸에 멍이 들었다고 했다. 사건 당일 아침에는 근처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었는데 아들이 “시끄럽다.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하자 아들이 큰일을 낼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만 아들을 죽이고 만 것이다. 사건의 경위를 들어보면 동정심이 인다. 은둔형외톨이를 둔 부모의 심정이 오죽했으면 아들을 죽였을까 싶다. 은둔형외톨이를 일본말로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라고 한다. 학교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울, 경기지방의 민요 <이별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자유스런 장단위에 간결한 가락, 시김새를 넣어 느리게 부르고 있다는 점, 노랫말은 “이별이야 이별이야, 임과 날과 이별이야”처럼 짧으며 앞귀(句), 뒷귀 각 8 글자를 기본으로 넘나든다는 점, 예전에 바다 건너 중국을 가는 사람들을 전송할 때에 마치 이별가조와 같은 배떠나기를 불렀다는 점, “닻 들자, 배 떠나니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만경창파에 가는 듯 돌아오소”라는 노랫말에서 ‘달 뜨자 배 떠나니’로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전혀 의미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속풀이에서는 이별가, 곧 정든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서 부르는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위에서는 경기민요의 이별가와 배떠나기에 관한 노래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이별이라고 한다면 심청가에서 아버지와 심청의 이별도 눈물겹지만, 남녀가 사랑을 나누다가 이별을 하게 되는 판소리 춘향가의 이별 대목에서는 어떻게 그 감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인가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상황은 이 도령이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춘향 집을 찾아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19년 단오(6월 7일)를 맞이하여 『여름의 시작, 단오』세시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에는 단오와 관련된 전통 세시체험과 공연 등 모두 6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단오(음력 5월 5일)는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의 명절로, 수릿날ㆍ중오절(重五節)ㆍ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한다. 예부터 양수(陽數)가 겹치는 음력 5월 5일은 세상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겨왔으며, 이 날에는 잡귀를 물리치거나 복을 기원하는 풍속이 많이 행해졌다. 행사는 6월 7일(금)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박물관 곳곳에서 열린다. 박물관 로비에서는 단오 세시체험 마당을 운영하고, 앞마당에서는 단오 특별 공연으로 ‘단심줄 강강술래’를 선보인다. 또한 6월 4일(화)에는 전통문화배움터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단오의 대표 절식인 수리취떡과 앵두화채 만들기 교육을 실시한다. 단오 세시체험으로는 단오에 임금이 신하에게 내려 주었던 ‘단오 부채’를 직접 만들어 보고, 잡귀를 물리치고 재액을 쫒아내는 ‘단오 부적’을 찍어 볼 수 있다. 강한 향을 지닌 쑥을 베어 문에 달아 재앙을 막던 풍습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단청으로 채색된 이 건물은 원래 서울 조선왕궁에 있던 것으로 1924년(대정13년) 스기노 기세이 씨에 의해 이곳에 기증되었습니다. 가마쿠라 33관음 영장(靈場)의 23번째 절인 이곳에는 에도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목조 관음보살입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일(월), 가마쿠라 대불로 유명한 가마쿠라 고덕원(高德院)에 갔을 때 조선 궁궐이었던 관월당(觀月堂) 앞 표지판에 일본어로 적혀 있던 글이다. ‘한국 궁궐의 한 건물이었던 관월당을 이곳에 기증했다고?’ 곱씹을수록 불쾌하다. 무슨 물건도 아니고 궁궐 건물을 뜯어다가 생뚱맞게 멀고먼 일본땅 가마쿠라 절간 안쪽에 복원(?)해놓고 그 안에는 에도시대 불상을 안치했다니... “이 선생님이 가마쿠라에 오신다고 해서 저희가 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게 그 자료입니다.” 와타나베 다케지(渡邊武二)씨 부부가 내게 건넨 자료는 관월당 사진과 일본어로 된 관월당의 유래였다. 와타나베 다케지 씨는 처음 만나는 분이지만 그의 부인인 와타나베 야스코(渡邊泰子) 씨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야스코 씨는 도쿄 한 복판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3.1독립운동 100년을 생각하며 – 동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12좌창 중의 한 곡인 출인가(出引歌)를 소개하였다. ‘출인’이란 가는 사람을 못 가게 잡아당긴다는, 이별의 뜻을 담고 있는 노래라는 점, 출인가 속에 <향단>이나 <오리정> 등이 나오고 있어 춘향가의 한 대목을 경기소리제로 부르는 노래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 노래 속에 춘향의 이야기를 끌어 들였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이 노래는 본래 선유가(船遊歌)의 별조로 취급되던 노래였으나 세간에 퍼지면서 출인가라는 고유의 곡명을 갖게 된 노래라는 점, 그래서 곡조의 흐름이나, 구성음, 장단 등이 선유가와 유사하다는 점, 이별의 감정을 담은 노래들은 본디 슬픔을 전제로 하나, 서울 경기의 소리제는 그 감정이 비통에 이르지 않아 비교적 단정한 음악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울 지방에서 불리는 이별을 주제로 하는 노래, <이별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경기민요 이별가는 장단 없이 느리게 부르며 간결한 가락에 창자의 기교나 시김새를 넣어 애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노랫말은 10여종이 넘고 있으나, 대략 다음과 같은 노랫말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도쿄 우에노에 있는 우에노공원에는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과, 국립과학박물관, 우에노동물원 등이 있을 뿐 아니라 근처에 우에노의 명물인 아메요코 시장 등이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봄철 벚꽃잔치 때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우에노공원이기도 하다. 우에노공원은 1874년 명치정부 때 조성되었다. 공원 면적이 53만㎡(약 16만평)으로 넓기도 넓지만 공원을 끼고 있는 우에노역은 나리타공항에서 들어오는 관문이자 전국으로 달리는 신칸센 출발역이기도 함과 동시에 수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 거미줄 같은 철도망이 깔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좋다보니 주말이면 특히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산책 나온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지난 19일 일요일 낮, 우에노공원을 찾았다. 사실 이날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보동사-공해와 불상만다라전(国宝東寺―空海と仏像曼荼羅)을 보러 갔으나 줄이 너무 길어 표기하고 공원을 산책하는 도중 지방도시의 관광페어전이 열리고 있어 들려 보았다. 에치고 나가오카・사도 광역관광페어(えちご長岡・佐渡広域観光フェア)전은 5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열리는 행사로 각 지역의 특산물과 특산술, 음식 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