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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곡우’

[한국문화재발견]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 톺아보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40420일 동아일보를 보면 내일이 곡우, 씨나락은 당것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내일이 곡우이니 농가에는 씨나락을 당글 때이다. 누른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에 봄빛이 무르녹을 대로 무르녹았는데...”라고 곡우 즈음의 정경을 묘사한다.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 곡우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예전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곡우 때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 물이 많은 나무로는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으로 이들 수액은 몸에 좋다고 해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 물을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었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 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한다. 자작나무 수액인 거자수는 특히 지리산 밑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이때 서해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힌다. 흑산도 가까운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곡우 때면 북쪽인 충청도 격렬비열도 쯤에 올라오는데 이때 잡는 조기를 '곡우살이'라 부른다. '곡우살이'는 아직 크지는 않았지만 연하고 제법 맛이 있다.

 

곡우에는 시절음식으로 봄나물과 찰밥을 먹는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가 지나 먹는 봄나물은 질기기 때문에 마지막 봄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봄나물을 조리해 먹었다. 또 경북 구미에서는 목화씨를 뿌리며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겨지라는 뜻으로 찰밥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곡우 무렵 농촌에서는 못자리할 볍씨 담그기와 농사준비로 바쁘지만 도시민들도 곡우를 맞아 올 한해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