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무늬 정병‘이 있습니다. 정병은 맑은 물을 담아두는 병으로, 원래 승려가 지녀야 할 열여덟 가지 물건 가운데 하나였으나 점차 불전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쓰였습니다. 또 불교의식을 할 때 쇄수게(灑水偈, 관음보살을 찬탄하는 소리)를 행하면서 의식을 이끄는 승려가 솔가지로 감로수를 뿌림으로써 모든 마귀와 번뇌를 물리치도록 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정병은 주로 물가의 풍경을 담아냈는데, 언덕 위로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또는 물 위로 노를 저어가는 어부와 낚시꾼 등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이 모든 풍광이 표면에 홈을 파서 은선을 두드려 박는 은입사 기법으로 장식되었지요. 병의 긴 목에는 구름무늬, 동체의 어깨와 굽 주위에는 법회나 설법 때, 뿔이나 대, 나무 따위로 호미 모양으로 만들어 승려들이 지니는 작은 막대기인 여의두 무늬, 귀때(주전자의 부리처럼 액체를 따를 수 있는 구멍)에는 풀무늬가 새겨졌습니다. 은을 돌린 굽은 지금은 파랗게 녹슨 몸체와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요. 청동제의 병에 은상감을 한 이러한 기법이 고려청자에도 쓰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96년 전인 1928년 오늘(11월 21일)은 홍명희 장편 소설 〈임꺽정전(林巨正傳)〉이 〈조선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임꺽정전〉은 1939년 3월까지 연재되다가, 일제의 <조선일보> 강제 폐간 조처로 다시 《조광(朝光)》으로 옮겨 연재했으나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지요. 이 작품의 이름은 처음에 <임꺽정전(林巨正傳)>이었으나 1937년 연재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면서 <임꺽정>으로 바뀌었는데, 조선시대 가장 큰 화적패였던 임꺽정 부대의 활동상을 그린 역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연산군 때부터 명종 때에 이르는 16세기 중반 조선 중기의 역사적 상황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특히 봉건적 질곡을 뚫고 일어선 평민 이하 일반 백성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 근대 역사소설에 새로운 지평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그동안 역사소설이 철저히 왕조 중심이거나 야사에 의지한 데 견주어 민중의 관점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탁월한 안목을 보여 주었음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살아 있는 으뜸 우리말사전'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일본어 번역 투에 오염되지 않은 우리 입말의 전통을 고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매일 아침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편지>라는 이름으로 따끈따끈한 한국문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번개글(이메일)로 전달해 주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책을 냈습니다. 2023년 5월 15일 쓴 머리말을 보니 우리문화편지는 올해로 4,800회가 넘었다고 하네요. 그 뒤로도 우리문화편지는 계속 쌓여가고 있을 테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런데도 김 소장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라고 합니다. 크으~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이면 그동안에도 이를 엮은 책이 있지 않았을까? 예! 그렇습니다. 《하루하루가 잔치로세》와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4번째 펴낸 책입니다. 김 소장은 이번에는 164편의 한국문화편지를 8장의 주제로 나누어 책에 실었습니다. 곧 1. 명절과 세시풍속, 2. 세시풍속과 철학, 3. 입을거리(한복과 꾸미개), 4. 먹거리(한식과 전통주), 5. 살림살이, 6. 굿거리(국악과 춤), 7. 배달말과 한글, 8. 문화재, 이렇게 8개의 장입니다. 그리고 글마다 삽화를 넣었는데, 대부분의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