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게으른 버릇은 기름진 땅을 믿기 때문
상농(上農)도 중천에 해 뜨도록 잠에 빠졌다가
느릅나무 그늘에서 한바탕 술주정하고 나서
느리작느리작 소 한 마리 몰고 마른 밭을 가는구나."
▲ 단원 김홍도의 "쌍겨리". 국립중앙박물관
위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강진에 귀양 가서 쓴 '탐진농가(耽津農歌)'라는 시 가운데 일곱째 작품이지요. 이 시에는 "경기 지방의 마른 밭은 소 두 마리로 간다."라는 주석이 붙어 있습니다. 귀양 가서 본 전라도 강진에선 외겨리(독겨리)로 밭을 갈지만 경기도에서는 쌍겨리로 갈았기에 주석을 달아 놓은 것입니다.
대개 땅이 평평하여 쉽게 흙을 팔 수 있으면 외겨리로 갈지만, 화전 같은 경사지거나 흙이 단단하거나 돌이 많은 땅에는 쌍겨리로 갈아야 했지요. 그러나 혼자 소 두 마리를 가지고 있다면 괜찮지만 농민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재산이 아니어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쌍겨리로 갈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이야 쌍겨리로 논밭을 가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만 단원 김홍도의 “쌍겨리”와 김준근의 풍속화 “밭갈이와 씨뿌리기”에도 쌍겨리 그림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예전에는 쌍겨리로 가는 곳이 많았음을 알 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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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근의 풍속화 "밭갈이와 씨뿌리기", 독일 함부르크민족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