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한영 기자]
새와 짐승 슬피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무궁화 세상이 이젠 망해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오늘 국치일을 맞아 우국지사 매천 황현(黃炫) 선생이 지은 절명시(絶命詩)가 떠오른다. 오백년 사직을 송두리째 빼앗기던 날, 매천은 말했다. ‘훗날 이런 치욕의 날 누구하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안 한다면 그것 역시 치욕이다’ 라고 말하면서 그는 우국 충정에서 쓴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음독 자결했다.
▲ 매천 황현 선생
매천은 또 “세상이 갈수록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어 어떤 때는 완전히 잠들어 깨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병 아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니, 누가 다시 이런 제 심정을 알아주기나 하겠습니까? 소문을 들으면, 북쪽에 큰 소요가 있고 또 청성의 변이 있다고 합니다만, 각 신문들은 검열을 받고 구속을 당하는 상황이라 사실을 보도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 온 세상이 귀가 멀고 눈마저 멀어 마치 개벽이 되는 와중의 혼돈 상태와 같으니, 가슴을 치며 미친 듯이 울부짖을 뿐입니다.”
라는 글을 1910년 7월 28일에 심교(心交,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벗)를 나누었던 이건방(李建芳, 1861~1939)에게 보냈다.이는 황현이 갈수록 세상이 혼란스러워져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으로 쓴 것이며 차마 망국의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심정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를 쓴지 얼마 되지 않아 황현의 예견대로 조선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병탄되고 만다. 그러나 끝내 지켜내지 못하고 빼앗긴 조국은 독립투사들의 끝없는 항일정신으로 되찾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난의 시기에 강탈당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독립투사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초가집에 내걸린 일장기는 일본천황 생일날(기원절)에 달도록 했다
강원도 화천군은 경술국치일을 맞아 “일제의 강제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 역사를 잊지 않고 나라와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각급 기관·단체와 가정마다 조기 국기 게양으로 애국정신을 높이기로 했다고 한다.
▲ 일제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요강까지도 공출해갔다
뿐만 아니라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일제침략사” 전시회를 통해 일제강점기에 징병, 징용, 공출의 악랄한 착취와 억압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1910년 8월 29일 국치일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똑 같은 역사의 되풀이를 막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전>
주최 인천관동갤러리
주관 인천근대박물관
*전시기간 : 8월14일(금)~8월30일(일) 금토일 10:00~18:00 개관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관동2가4-10)
*전화:032-766-8660, www.gwan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