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역사학계 학자들이 대거 들고 일어섰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 1,167명은 9일 오전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정교과서는 교과서의 집필·편찬은 물론 수정·개편까지 교육부 장관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독점적인>교과서이다. 그런 까닭에 국정제는 정권이 원하면 얼마든지 역사를 왜곡할 수 있고, 정권에 따라 교과서 서술이 뒤바뀌어 역사교육 현장에서 일대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이다.”라고 강조했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또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과 사회 각계의 반대에도 국정화 기도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학계와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국정화 기도가 교육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결국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정부는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역사교육의 퇴행을 막기 위해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사학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등 8개 학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 "역사연구자들의 국정화를 반대" 배경을 설명하는 한국역사연구회 정용욱 회장(서울대)
▲ 성명 발표회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기자회견은 성명 발표 뒤 기자들의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는데 한 기자가 “반대에도 정부가 국정화를 실행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한국역사연구회 정용욱 회장(서울대 교수)은 “국정화를 실행한다면 교육적·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다. 이에 역사학계에서는 대안교과서의 집필을 고려중이며, 이미 준비에 들어간 곳도 있다. 또 교수와 교사들은 집필 거부운동을 벌일 것이다.”라도 대답했다.
또 한 교수는 “어떤 이들은 최고의 학자들로 구성해서 교과서를 만들면 최고의 교과서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나라들 모두, 특히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까지도 국정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음을 명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8일 광주·전남·전북·부산·경남·제주 등 지역 교육감 6명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나라가 일방적으로 확정한 하나의 교과서로 획일적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원리와 문화 다양성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역사교육연대”가 지적한 초중학교 역사교과서 잘못의 예 / 정도전의 《삼봉집》을 조선 후기에 간행될 수 있었다고 기록(왼쪽), "보신각" 사진을 올리고 "종"으로 설명했다.
또 7일 역사 관련 7개 단체로 구성된 “역사교육연대”는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가 만든 초등학교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고대 ”부여“를 빼고 고조선에서 아예 고구려·백제·신라로 건너뛰는가 하면 태조 6년에 처음 펴낸 정도전의 《삼봉집》을 조선 후기에 간행될 수 있었다고 잘못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또 종이 설치된 ”보신각“ 사진을 올리고 ”종“으로 설명하는 기초적인 실수도 여럿 발견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