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부는 3일 오는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했다.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부합동브리핑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는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교학사 교과서를 뺀 7종 교과서를 모두 좌편향으로 매도하는 등 극우주의를 방불케 하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3일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만’ 고시를 확정하면서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 처리 결과를 보면 정부의 고시가 무리한 것임을 자인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의견을 제출한 47만3880명 중 ‘반대’는 32만 1075명으로 전체의 67.75%를 차지했다. 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은 15만2805명으로 32.24%에 그쳤다.
▲ 지난 10월 17일 열린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 모습
▲ 광화문 네거리에서 한 고등학생이 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론도 싸늘하다. 2일 <내일신문>에 따르면, 1일 이 신문과 여론조사 업체 '디오피니언'이 진행하는 정례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찬성은 응답자의 32.3%, 반대는 59.0%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조차 국정화 반대가 50.7%, 찬성이 39.6%였다 (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 대상, 응답률은 2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일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사 2만4195명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사 77.7%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복만 울산교육감을 제외한 16개 시·도 교육감 모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국정화로 바꿀 만큼 현행 교과서가 좌로 편향돼 있지 않다. 오히려 중도우파적 성격이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한 열흘간 검토를 했다."고 말했다.
▲ 3일 밤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모습
▲ 3일 밤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모습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자 강력한 반대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서 오는 11월 7일 저녁 5시에는 청계광장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제4차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린다고 예고했다.
반대 대열에는 대중가요 가수도 동참했다. 가수 이승환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의 뜻을 모아 오는 4일 저녁 7시 홍대 롤링홀에서 <국정화 역사 교과서 반대>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 이름은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다. 출연진은 이승환과 후배 가수들이 릴레이로 콘서트를 이어갈 계획인데 현재 확정된 출연진은 이승환 밴드를 비롯해 피아, 십센치, 데이브레이크, 가리온 등이다. 웹툰 작가 강풀씨와 주진우 <시사IN> 기자도 출연할 예정이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에 등장한 손팻말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에 등장한 손팻말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에 등장한 손팻말
공연은 7시부터 약 3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인데 입장료는 무료이며, 오후 6시 45분부터 선착순 입장이다. 앞서 이승환은 2일 오후 자신의 SNS에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은..."이라는 글과 함께 "드림팩토리는 어제부터 <국정화 역사 교과서 반대>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소식 올려드리겠습니다"라고 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관이 뚜려한 연예인으로 알려진 김제동도 1인시위 대열에 동참했다. 3일 주간지 기자 주진우(42) 씨의 페이스북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김제동의 모습이 올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제동은 "역사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쉽지 않으실 겁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이승환의 <국정화 역사 교과서 반대> 콘서트 포스터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박근혜 정권의 친일·반민족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족정신을 유린하는 행위이며 친일 역사를 주입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매헌윤봉길월진회·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보재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석정윤세주열사기념사업회·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유정조동호선생기념사업회·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차리석선생 기념사업회 등과 재단법인 선학원 등 12개로 구성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