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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일본의 새해맞이 풍속 시메카자리 걸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설날 복조리를 거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도 그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거의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조리란 쌀을 이는 도구로 설날에 조리를 1년 동안 사용할 수량만큼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걸어놓고 하나씩 사용하면 1년 동안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민간신앙이 있었다.

 전라도와 경상도 지방의 산촌이나 농촌에서는 설날에 복조리와 아울러 갈퀴도 사두는데, 조리는 쌀과 관련이 있고 갈퀴는 긁어모으는 도구이므로 1년 동안 복을 긁어들인다는 의미가 있어 새해를 맞이하는 설날에는 반드시 이를 장만하여두는 풍습이 있었으나 시대가 바뀌어 농촌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가정집 대문 위 문패 밑에 걸린 시메카자리

   
 
   
회사의 처마 밑에 걸린 시메카자리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1월 9일 나라(奈良) 반야사 주변 동네 주택가에서 만난 시메카자리(注連飾り)는 장식하지 않은 집을 찾기가 더 쉬울 정도로 거의 모든 집 대문에 장식으로 매달아 두고 있었다.

시메카자리는 새해를 맞아 집 대문에 매다는 장식으로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슈퍼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국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대문에 걸린 시메카자리

 

   
대문 위 문패와 나란히 건 시메카자리

시메카자리는 12월 말에 내달고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다.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는 등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연말장식으로 카도마츠(門松)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은 12월 13일에서 28일 사이에 집 앞이나 상가 앞에 세워두고 치우는 것은 1월 15일 전후다. 시메카자리나 카도마츠의 설치와 치우기는 가능하면 지정 된 날에 맞추는 게 좋으며 이를 어기면 복이 반감된다고 믿고 있다. 카도마츠는 일본의 고전 작품인 《즈레즈레구사 (徒然草,1330년)》에 “큰 길에 카도마츠가 서 있어 화려한 분위기이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풍습이다.

   
시메카자리

   
 
그런가하면 정초에 카가미모치(鏡餠)를 장식하는 풍습도 있다. 이것은 위의 두 장식이 집밖에 세우는 것에 견주어 집안에 장식하는 풍습이다. 카가미모치란 한자에서 보듯이 ‘거울떡’이다. 거울은 예부터 일본에서 삼종의 신기(三種の神器)라고 해서 신성시 하던 물건인데 이러한 둥근 거울이 오늘날은 떡으로 변형되어 눈사람 모양의 찹쌀떡을 정초 집안의 중요한 곳에 장식하는 풍습으로 정착된 것이다.

 서양의 성탄장식이나 일본의 여러 장식들은 결국 신을 기쁘게 하고 거기서 인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얻고자 하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오늘날 성탄 장식은 종교색을 많이 털어낸 느낌이다. 백화점이나 역, 대형 수퍼나 관공서 현관에도 성탄 장식이 내걸리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더러 카도마츠(대문 입구)와 시메카자리(대문)를 건 집도 있다.

   
수퍼마켓 입구에 세운 카도마츠, 대나무 처럼 쑥쑥 번창하라는 뜻이 있다.

일본의 시메카자나 카도마츠, 카가미모치 같은 것도 예전의 신앙적 의식에서는 다소 멀어진 느낌으로 하나의 전통 문화로 남아 있을 뿐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거나 일본 주택가를 걸으며 집집마다 매달린 시메카자리를 보고 있자니 ‘전통을 버리지 않고 이어 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