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나미기자] 역사문제연구소ㆍ역사학연구소ㆍ한국역사연구회의 3개 역사단체는 “서울시는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옥바라지 골목’이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서울구치소)와 시간을 함께 해 왔던 역사의 현장이다. 일제는 자신들을 향한 크고 작은 항일운동을 범죄로 취급하면서 감옥의 기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도 민주화 운동을 범죄로 취급했던 순간순간을 가지고 있다.
저항의 격화는 수감자의 격증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동시에 옥바라지의 증가를 의미했다. 옥바라지는 수감자들의 소소한 일상을 지키면서 그들과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는 저항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나라의 의도와 완전히 반대되었다. 결국 옥바라지는 매우 사소해 보이는 겉모습에도 우리로 하여금 저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행위이며, ‘옥바라지 골목’은 이런 역사를 거의 100년에 걸쳐 축적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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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간판이 남아있는 "옥바라지 골목"은 지금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역사문제연구소 제공) |
지난 2011년 11월, 서울시 종로구는 독립문역 3번 출구 앞에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아낙들의 임시기거 100년 여관골목” 글귀가 적힌 골목길 관광코스 표지판을 세운 바 있다. 기록에 따르면 종로구가 관광자원의 하나로 골목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종로구청 누리집 게시판에는 2009년 9월 23일부터 몇 차례에 걸쳐 “600년 옛 도시 종로의 길을 걷다 - 고샅길 20코스”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올렸고, 당시 언론은 종로구가 “골목마다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 되살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옥바라지 골목’은 이때 기획된 「무악동: 인왕산 영기코스」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종로구는 표지판을 설치했고, 2012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직접 제작한 「동네 골목길 관광 제6코스: 무악동」 리플릿을 구청 누리집에서 제공하고 있다. 동네 주민의 기억에 따르면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역사 3단체는 불과 몇 년 전의 일을 생각해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옥바라지 골목에 해당하는 무악2구역은 바로 그 종로구에 의해 재개발이 결정되었고, 롯데건설에 의해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단지 아파트 4개 동을 세우기 위해 종로구는 스스로가 부여한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적 의미를 그 어떤 거리낌도 없이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종로구의 이번 처분은 상당히 의아한 일이지만, 여기에는 분명 자본 중심의 재개발 논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도시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어떤 역사적 공간이 폭력적으로 소멸되는 역사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 3단체는 ‘옥바라지 골목’이 이런 종류의 폭력에 저항해 왔던 공간 그 자체였음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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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바라지 골목"의 현재 모습.(역사문제연구소 제공) |
역사 3단체는 ‘옥바라지 골목’이 서울의 역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저항들은 서울을 이루고 있는 크고 작은 공간을 거점으로 하고 있었으며, 그 공간들의 기억을 모은 것이 바로 서울의 역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해야 하는 것은 ‘옥바라지 골목’이 담고 있는 서울의 역사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지 그 공간의 소멸을 방관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리한 철거에 제동을 걸기 위해 얼마 전 “철거유예”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이 골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주민과 활동가, 연구자들의 첫 번째 성과인 동시에 서울이 스스로의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 3단체는 서울시의 이런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서울시가 지금 막 시작한 고민을 보다 실질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옥바라지 골목’ 구석구석에는 옥바라지 하러 온 사람들에게 가장 따뜻한 밥을 먹였다거나 사형수 아내의 처절한 통곡소리에 온 마을이 같이 울었다거나 날마다 치마바위에 기도하러 올라가는 아낙들을 위로했다거나 하는 인간적인 이야기들로 넘쳐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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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입운동사의 상징적인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이라는 제목으로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붙인 주장글 |
역사 3단체는 그런 시민들의 아픈 역사 ‘옥바라지 골목’을 없애면서 ‘시민을 위한 도시’, ‘시민과 함께 하는 도시’ 서울을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들은 서울시에 자본 중심의 도시재개발정책을 인문 중심의 도시재생정책으로 전환하고. 상위 주무관청으로서 종로구와 롯데건설이 행하는 무리한 철거를 실질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