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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유엔인권최고대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중요”

김복동할머니, 유엔인권기구 관계자들과 면담 이어갈 것
자이드 대표, 선물 받은 평화비 소녀상 책상 위에 놓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3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일 양국 정부의 일본군성노예제 합의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 중인 김복동할머니는 현지시간으로 616일 오전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Zeid Ra'ad Al Hussein)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만났다.

 

지난 해 6월 서울에서 한 차례 김복동할머니를 직접 면담한 바 있는 자이드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접 할머니를 맞으면서 오늘 제네바의 날씨가 좋지 않은데 할머니의 방문으로 빛이 비추고 있다며 크게 환대했다.

 

김복동할머니는 자이드 대표에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위해 힘써주는 데 대해 고맙다고 인사하고 군인들의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피해자들에게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일 정부 간의 합의는 피해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십 년간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단체들마저 배제한 합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피해자들)는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배상도 아닌 이유 없는 돈을 거부한다고 강조하고 진정으로 사죄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러한 바람으로 오랫동안 싸워왔는데도 끝이 나지 않아 눈도 잘 보이지 않는데 91살의 나이를 무릅쓰고 하소연하고자 제네바를 찾은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서 하루라도 빨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청했다. 여전히 정부가 한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일본정부는 진심으로 잘못을 빌고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며 반드시 죽기 전에 사죄를 받아 한을 풀고 싶다며 절절한 심정을 밝혔다.

 

자이드 대표는 지난 번 서울에서의 만남에서 자신은 어머니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는 아들과 같았는데 말을 잘 듣는 아들이 되고자 서울 방문 이후 기자회견과 유엔 회의에서 일본정부가 명확한 표현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고 답했다. 또 유엔인권이사회 연례연설에서 한일 정부 간의 합의에 대해 피해자들을 배제한 합의라는 점에서 지적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일본정부와의 대화 속에서 이러한 노력을 촉구해왔으며, 한일정부에게 앞으로도 이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제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할머니는 각국 정상에게 직접 문제해결을 촉구해달라고 요청했고, 자이드 대표는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일본 방문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직접 문제제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예정되어 있는 콩고 방문 중에도 나비기금을 통해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할머니가 전하고자 하는 연대의 마음을 전달할 것이며, 할머니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거듭 약속했다.

 

자이드 대표는 지난 서울 방문에서 할머니들에게 선물 받은 평화비 소녀상을 자신의 책상 위에 놓아두고 할머니들이 소녀 시절 겪은 고통을 기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고, 할머니들을 상징하고 있는 나비 뱃지를 가슴에 달며 할머니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한일 정부의 합의 이후 시민단체와 인권활동가들을 비난하고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시민들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자이드 대표는 우려를 표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상황을 포함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관한 정보를 계속 전달받고 할머니들과 연락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복동할머니와 정대협은 자이드 대표와의 만남 뒤 유엔 여성차별 실무그룹 관계자들을 면담했으며, 앞서 14일에는 여성폭력특별고관과 인권이사회 의장(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을 만나 합의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오는 17일에는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의 정의 회복에 대한 권리라는 주제로 사이드이벤트를 열며 유엔인권기구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