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이 추워지니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집에서 배곳까지 멀지 않아 걸어가는데 어제는 좀 늦어서 뛰듯이 갔습니다. 그런 걸음에 제 스스로 일으킨 바람에 눈물이 더 많이 나와서 슬프게 아침을 맞았습니다.^^
5배해 아이들 배움을 돕는 날이었습니다. 어제 맛보여 드린 토박이말이 ‘적바림’이었지요. 아이들에게 뜻을 풀이해 주면서 타박을 좀 주었습니다. 지난 꼲기 열매(평가 결과)를 보니 잘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읽기는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해서 틀린 아이들이 많았지요.
그건 우리말 낱말힘(어휘력)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보는데 우리말 낱말밭을 넓히는 데 힘을 쓰는 사람은 없고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데 때새(시간)와 돈을 쓰기에 바쁜 우리 모습을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큼 와 닿는 이야기였나 봅니다.
‘메모(memo)’는 알지만 ‘적바림’을 모르고 살고 있으며 ‘예(例)’와 ‘이그잼플(example)’은 알지만 ‘보기’는 모르는 아이들이 많은 게 참일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옛말이 생각 났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토박이말로 밑바탕을 튼튼히 다진 위에 여러 가지 다른 나라 말들을 엮으며 익힐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얼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 ‘졸가리’는 ‘일몬(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를 뜻합니다. 본디 이 말은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뜻이 넓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힘 꽤나 쓰던 집안의 핏줄(혈통)을 빗대어 이르는 말’로도 씁니다. 이 말의 큰말인 ‘줄거리’는 다들 잘 아시는데 ‘졸가리’는 아직 낯선 분들이 많을 것인데 두 낱말 사이를 알고 많이 써 주시기 바랍니다.
4352해 온겨울달 열사흘 닷날(2019년 12월 13일 금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