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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희나리'라는 말을 아신다면 여러분은...

[토박이말 맛보기1]-100 희나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제 아침에는 까닭 없이 자꾸 마음이 바빴습니다. 뭔가 잊은 것 같고 뭔지 할 것을 안 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요. 때알이 소리에 맞춰 일어났기 때문에 늦을 일도 없었는데 집에서 나가는 때는 여느 날보다 늦어 있었지요. 

 일을 마치고 수레를 쓸 일이 있어서 수레를 타고 갔습니다. 서둘러서 배곳에 들어서는데 낯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서야 늘 수레가 서 있던 자리에 없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새해에 아이를 낳기로 되어 있었는데 지난 엿날(토요일) 예쁜 아기를 낳았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었습니다. 배곳(학교)을 옮겨온 아이들을 맞을 다른 사람을 불러 놓고 있어야 할 종이를 찾다가 늘 있던 분의 빈 자리를 새삼 느꼈습니다. 기쁜 마음을 이어줄 겨를도 없이 안친 일을 하다가 보니 하루가 다 지나 늦은 인사를 글로 갈음했습니다.

 뒤낮(오후)에는 일꾼모임에서 나눌 이야깃거리를 만드느라 바빴습니다. 배해끝(학년말)이라 할 일이 많은데 일이 겹치다 보니 더 힘이 드네요. 마치자마자 이를 손보러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잇몸을 가르고 받침을 넣었는데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나니 좀 아팠습니다. 아픈 만큼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맞다면 참 많이 자랐지 싶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 ‘희나리’는 ‘덜 마른 장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구창모 님이 부른 ‘희나리’라는 노래를 아시는 분들은 이 말의 뜻도 거의 다 아시더군요. 하지만 노래를 모르는 분들은 뜻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말이 삶과 멀어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똑똑히 보여 주는 좋은 보기라고 생각합니다. 

 낯설어진 토박이말을 우리 삶 속으로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해 온 ‘토박이말 맛보기’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열 해가 넘도록 했는데 맛이 있다는 분을 거의 만나지 못한 걸로 봐서 이제는 다른 수를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입맛에는 딱 맞는데 제 입맛과 비슷한 사람들은 드무니 말이죠. 

 이제까지 토박이말 맛보기를 봐 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큰절 올립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수를 가지고 다시 뵐 수 있도록 힘을 써 보겠습니다. 올해 마지막 날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새해 하시는 일들 모두 다 뜻대로 잘 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비손합니다.^^ 

 

4352해 온겨울달 서른한날 두날(2019년 12월 31일 화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