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에는 아름다운 길 이름들도 있습니다. 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난
길로 마을 앞 ‘큰길’에 상대되는 ‘뒤안길’, 차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은 ‘한길’,
나지막한 산기슭에 경사지게 있는 좁은 길은 ‘자드락길’ 같은 말은 지금은 잊혔지만
예전에 많이 쓰던 아름다운 말입니다. 이밖에 정겨운 말들로 우회로는 ‘에움길’,
등처럼 굽은 길은 ‘등굽잇길’, 본디 길이 없던 곳인데 많은 사람이 지나가 한 갈래로
난 길은 ‘통길’, 산책로는 ‘거님길’이라고 하며, 강이나 냇가에 돌이 많이 깔린 길은
‘서덜길’, 미로(迷路)는 ‘홀림길’, 풀이 무성하게 난 길은 ‘푸서릿길’, 이라고 하지요.
흔히 관공서에서 마을 안에 나있는 길을 ‘이면도로(裏面道路)’라고 억지 한자말을
만들어 쓰는데 원래 있던 토박이말 ‘속길’을 살려 쓰고, 외래어와 우리말을 합친
커브길은 ‘굽돌이길’로 쓰면 좋을 일입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