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바 람
- 소 복 수
바람 소리에 무심하고져
삶의 처마 끝 풍경을 뗀다
가만히 불 밝혀 차 따르고
혜능선사의 지혜를 읽으면
- 바람이냐 깃발이냐
그건 결국 마음이라고,
내 속 뜰엔 여전히 꽃잎 지고
산새도 노래를 그치지 않는데
다시금 풍경을 달아야겠다.
애꿎은 바람 한 자락
내 안에 있음을.
속세를 벗어난 숲속 고요한 산사. 그 산사 아름다운 처마 끝에 고즈넉한 풍경 하나 걸렸다. 그리고 그 풍경이 청아하고 작은 소리를 내고 있다. 저기 바람이 불고 있음이렸다. 풍경은 바쁜 이 시대 사람들이 마음속에 일렁이는 온갖 상념을 가라앉히는 소리, 그리워해도 좋을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소복수 시인은 그의 시 <바람>에서 그 바람 소리에 무심하고져 삶의 끝 풍경을 떼었단다. 그 작고 아름다운 풍경 소리마저도 거부하려는 몸짓인가?
그러나 혜능선사는 바람이나 깃발 탓이 아닌 결국 마음 탓이라고 달랜다. 풍경을 떼도 여전히 꽃잎도 지고, 산새도 노래를 그치지 않는데 애꿎은 바람 한 자락, 풍경 하나 탓할 일이 아니란 속삭임이다. 그래서 소복수 시인은 다시금 풍경을 달아야겠다고 손을 들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풍경 달다>에서 오히려 사랑하는 '그대'의 마음에 '풍경'을 달고, 자신은 '바람'이 되어 그 풍경을 흔들고 싶다고 노래했다. 그대 가슴속의 풍경이 흔들릴 때면 자신이 찾아간 줄 알라고 노래하여, 자신의 사랑이 혼자만의 가슴앓이로 끝나지 않고 그대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대여, 당신의 마음 안에 풍경을 달 것인가? 아니면 있던 풍경도 뗄 것인가? 정호승 시인처럼 그대의 마음에 풍경을 달지 않더라고 내 마음속의 풍경은 떼지 말지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