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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홍구 시인의 사람이야기

뭉클한 이야기 구수한 농담

[허홍구 시인의 사람이야기 43] 염매시장 아지매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세상 사람들이 노년이 되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뭔지 혹 아시나요?

무슨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세월은 참 빠르다>라는 말 아닐까요?  

자식 키 크는 줄은 알아도 자신이 늙어가는 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사람입니다

지나가 버린 젊음 뒤에 따라오는 것은 어쩜 편안하기도 하겠지만 힘없어지고

몸은 병들고 외로운 마음에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제 고향 대구에 가면 염매시장이라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염매(廉賣)라는 말은 물건을 싼값에 판다는 뜻이겠지요.

이 시장 골목에는 여러 식당이 있고 얼굴이 살짝곰보인 친한 아지매가 밥도 팔고

술도 파는 식당의 주인이며 특별히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단골집 아지매입니다. 그런데도 짓궂은 선배는 곧잘 은근슬쩍 농담을 던집니다

 

누가 농담을 함부로 합니까? 아무나 할 수 없는 농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농담!

그럴만한 사이라야 하는 흥겹고, 눈물 나고, 안타깝고, 가슴 뭉클한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농담이지요. 추억 속에 염매시장 아지매는 빠른 세월을 탓하며

속마음을 구수한 농담으로 일깨워 주던 절절한 노래 같은 이야기를 말 하려 합니다.

 

 

               염매시장 아지매

              (아지매는 할매 되고)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 보면 돈 떨어질 테고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 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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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매= 아줌마의 경상도지역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