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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책에서 길을 찾다]3-딴길 튼튼하면 이기느냐 한갖 흐르는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살리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책에서 길을 찾다]3-딴길, 튼튼하면 이기느냐, 한갖, 흐르는

 

 

 

때새(시간)가 참 빠르게 간다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합니다. 지난 글을 쓴 지가 보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새삼 느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오늘도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월에서 제 눈에 띈 말들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우서운 것은 스승님은 경제학 박사임에도 불구하고 생판 딴길같은 어학을 하시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는 분도 많고, 심지어는 글만 가지고 사느냐? 정신만 튼튼하면 이기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며, 혹시 스승님은 한갖 어학자요, 또는 문약에 흐르는 초라한 선비이신가 하고 걱정하는 이도 많았다. 이런 이들을 위하여서도 이 글을 초하는 바이다. [이극로(2014), 고투사십년, 227쪽.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_유열]


 한자말이 곳곳에 들어 있지만 요즘 쓰지 않는 말이 제 눈에는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바로 '딴길'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딴길'은 요즘 많이 쓰는 '외도(外道)'를 다듬은 말이지 싶습니다. '외도'에 '본업을 떠나 다른 일에 손을 댐'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도'는 말집(사전)에 있는데 '딴길'은 없으니 이런 글에서 보지 않았다면 있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을 것입니다.

 

'외도'를 한자의 뜻만 가지고 뒤치면 '바깥길'이 되는데 이 말은 '바깥쪽에 난 길'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달갑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런데 '딴길'이라고 하니 뜻도 알기 쉽고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이 말을 살려 썼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눈에 띈 것은 '정신만 튼튼하면 이기느냐?'였습니다. 말과 글이 우리의 정신, 곧 '얼'과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 주기도 하지만 '건강하다'가 아니라 '튼튼하다'를, '승리하다'가 아니라 '이기다'라는 토박이말을 썼기 때문입니다.  '건강하다'를 써야 할 때 '튼튼하다'를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도록 자주 써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한갖'입니다. 이 말은 오늘날에는 '한갓'이 대중말(표준어)이기 때문에 받침이 다른 것도 그랬지만 오늘날 '기껏 해 봐야'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한갓'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문약에 흐르는'이었습니다. '문약'은 아시다시피 '오로지 글에만 치중해서 성격이나 체질 따위가 나약함'이란 뜻인데 뒤에 '흐르다'는 흔히 쓰는 뜻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흐르다'는 '생각이나 이야기가 어떤 쪽으로)치우치거나 쏠리다'는 뜻인데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뜻이 있으니 잘 알고 알맞게 쓰도록 해야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가을달 열흘 닷날(2021년 9월 10일 금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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