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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손가락 끝에서 줄의 울림을 느낄 때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7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엊그제 5월 28(토)일 저녁 5시, 남원 시내의 지리산 소극장에서는 가야금 연주자, 이민영의 25현금 독주회가 열려 가야금 음악의 애호가들에게 열띤 환호를 받았다. 25현금이란 기존의 12현 가야금을 개조, 개량하여 25줄로 확대 제작한 가야금을 말한다. 과거에는 오른손가락으로는 줄을 뜯거나 튕기고, 왼손으로는 울려진 줄을 흔드는 방법으로 연주를 해 왔으나, 25현은 양손을 이용하여 가락을 연주하는 등, 역할이나 음악 효과가 달라진 악기이다.

 

판소리 춘향전의 본향이고, 춘향제로 유명한 전통음악의 도시, 남원 골에서 25현금 독주회를 준비해 온 이민영은 어떤 연주자인가?

 

이민영은 어려서부터 가야금을 배웠으나, 국립전통예고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야금을 전공하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중앙대에서 학사, 단국대에서 석사, 이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국악인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국립 남도국악원의 비상임 단원을 지낸 것은 물론, 남원에 있는 국립 민속국악원에서 일반인 국악강좌 가야금 강사, 한국 전통문화고교 영재예술원의 가야금 강사, 구리여중, 남원중, 용성초와 그 밖에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왔으며, 근래에는 남원교육청의 가야금 강사를 역임할 정도로 국악교육자로서의 활동도 활발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그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전국국악 경연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 <문화관광부장관상>, 특히 지난해에는 전국대회 명인부에서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의 실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연주하는 가야금 가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초등학교 입학 전,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그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10살 전후에는 합창단에 들어가 독창을 할 정도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당시 교내 음악경연에서 1등을 하여 더 큰 대회를 준비하고 있을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곧 가야금부가 생기니 가야금을 배워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권유를 받아 부모님과 의논 끝에 결심을 굳히게 된다. 5학년이 되었을 무렵, 학교에서 특별활동의 하나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피아노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가야금에도 남다른 소질을 보여 지도 교사나, 담임교사도 놀랐다고 한다.

 

가야금을 배우던 당시의 느낌을 그는 “손가락 끝에서 줄의 울림을 느낄 때, 너무나도 흥미로웠다”라고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특기를 발견하고, 그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교육환경이나, 그러한 선생님의 음악적 경험이 학생의 앞날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점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고교로 진학하게 된 이민영은 당대 이름을 날리던 백인영 명인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산조(散調) 음악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면서부터는 김계옥(金桂玉) 교수로부터 25현금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결국 25현금으로 연주되는 악곡들을 대하면서 특유의 주법을 익히기 시작하였고, 또한 새로운 음악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던 새로운 표출법의 결과가 오늘의 독주회를 개최할 수 바탕이며 용기를 심어준 계기가 아닐까 한다.

 

그에게 25현 가야금을 지도해 준 김계옥은 중국 연변 예술대학의 가야금 교수였던 김진 교수의 제자로 중국의 2급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중앙대학으로 초빙된 교수였다. 큰 선생 밑에 큰 제자 나온다고 했던가?

 

김계옥 교수는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본인보다도 이민영이 훨씬 음악적 재능이 있고, 25현 가야금의 표현력이 강한 연주자”라는 것이 바로 그 말이다. 진정으로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생각되며, 또한 그만큼 이민영이 스승의 음악을 좋아했고, 그 가르침을 진심으로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5시. 지리산 소극장에는 미리부터 몰려든 관객으로 인해, 빈자리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 판소리꾼 김송의 진행으로 막이 올랐다.

 

진행자는 전통음악의 도시, 남원에서 처음 갖는 창작발표회가 객석의 분위기와 괴리감이 없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분위기였다. 예를 들면, 악곡의 내용이나 형식, 감상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제공한다든지, 연주가 끝나거나 중간에 손뼉 치는 법이나 추임새와 연주 분위기에 관한 특별한 주문을 객석에 요청하였고, 이에 화답하듯 객석에서도 그의 안내에 잘 따라 주어 진행이 물 흐르듯 했다.

 

특히, 토요일 늦은 저녁이었는데도 젊은 층들이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25현 가야금의 창작곡들도 충분히 공감대를 넓혀 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게 된 것이다.

 

 

이날 올려진 7곡 가운데 제1곡은 1974년에 창작된 성악곡을 계훈경이 다음 해에 옥류금으로 편곡하였고, 이것을 다시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한 곡이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음향이나 주법,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선율처리가 유독, 봄날을 상징하듯, 깨끗하게 표현되었다. 특히 넓은 음폭속 에서 이민영이 그려나가는 상행과 하행의 교차선율 처리나 강약의 극대화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음악을 만들어 주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환호로 바뀌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제2곡 초소의 봄은 단소 독주곡이었으나, 후에 단소와 가야금 2중주로 편곡되었고, 그 뒤에는 단소 없이 가야금으로만 연주되어 온 음악이다. 음색도 아름답고, 특히 빠른 장단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봄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곡이다. 5명이 만들어 내는 선의 조화가 경쾌하고 아름다웠다.

 

이민영의 25현과 악장1의 곽채현ㆍ진서정, 악장2의 김연정ㆍ양도연의 호흡이 일품이어서 음악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