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대통령.

우리가 5년마다 선출하는 행정부 최고 수반이자, 한 나라를 이끄는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막중한 책임이 동반되는 자리인 만큼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은 자의든 타의든 오랜 기간 고된 리더십 훈련을 거친다. 이 기간을 잘 견뎌낸 사람만이 마침내 국민의 마음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이렇듯 나라를 이끄는 최고지도자가 된 이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었을까? 이 책, 《대통령의 독서법》의 지은이 최진은 그것이 바로 ‘독서’라고 말한다.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인 그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2010년 책 펴냄 당시 재임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8명의 독서 습관을 자세히 분석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이들은 모두 책을 열심히 읽었다. 이 명제는 역대 대통령 8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통령마다 공과는 분명히 있지만, 적어도 독서로 다져진 철학과 처세술, 통찰력이 없었더라면 대통령까지 오르는 일은 요원했을 것이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대통령 독서법 10계명을 길잡이 삼아 각 대통령의 독서법을 살펴보자.

 

첫째, 무조건 많이 읽어라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든, 여러 분야를 두루 읽든 일단은 다독이 필요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이로는 이승만과 김대중을 꼽을 수 있고, 그다음으로는 박정희와 노무현, 이명박을, ‘비교적’ 적게 읽은 이로는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인 독서량의 차이만 있을 뿐 책과 담을 쌓고 지낸 대통령은 한 명도 없으며, 특히 김대중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책을 놓지 않았을 정도다.

 

둘째, 아동기에 많이 읽혀라

교육심리학자들은 책은 어릴 때 읽을수록 독서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취학 전 서당에 다닌 사람은 이승만,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4명이었고, 특히 이승만과 김대중은 서당 시험에서 여러 차례 장원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영삼은 할아버지 김동옥의 적극적인 뒷바라지로 동네에서 2km나 떨어진 서당에 들어가 《천자문》과 《동몽선습》을 익혔다. 그는 그때 읽고 배웠던 한문 구절들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셋째, 부모가 앞장서라

대통령의 부모는 대체로 자식 교육에 적극적이었다. 이승만은 어머니가 6대 독자 외아들에게 “가문의 영광을 부활시켜야 한다”라고 늘 가르쳤으며, 노태우는 비록 아버지를 7살 때 교통사고로 잃었지만 생전 퉁소와 축음기를 틀어주며 함께 놀아주던 기억을 잊지 못했다. 특히 김대중과 김영삼, 노무현은 어머니의 적극적인 교육열에 힘입어 독서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넷째, 반드시 전문 분야를 정하라

책을 읽을 때 다독을 하더라도 자신의 뿌리가 될 수 있는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승만은 국제정치, 박정희는 위인전, 전두환과 노태우는 군사학, 김영삼과 노무현은 정치, 김대중은 철학과 역사, 이명박은 경영학이 주력 독서 분야였다. 열혈 다독가였던 김대중은 거의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했지만 그중 중심 분야는 역사와 철학이었고, 이명박은 경영과 경제 쪽에 일가견이 있었다.

 

다섯째,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져라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확고한 목표와 야망이 있었다. 특히 김영삼은 일찌감치 중학생 시절부터 공부방 책상 위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둘 정도로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이들은 목표가 확고한 만큼 뚜렷한 자신만의 역할모델이 있었다. 이승만은 성삼문, 박정희는 나폴레옹과 이순신, 전두환은 맥아더, 노무현은 링컨, 이명박은 정주영과 도산 안창호 선생을 본보기로 삼았다.

 

여섯째, 나만의 독서법을 구축하라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의 성격과 기질에 맞춰 자신만의 독서 습관을 계발해 나갔다. 지은이는 이를 여덟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며 다독과 정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이승만은 ‘음독파의 우뇌형 독서법’, 박정희는 ‘숙독파의 좌뇌형 독서법’, 김대중은 ‘정독파의 관찰 독서법’, 노무현은 ‘다독파의 비판 독서법’, 이명박은 ‘속독파의 실용 독서법’ 등을 실천했다.

 

일곱째, 역사책을 탐독하라

역사책을 읽다 보면 나라를 위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고, 이는 곧 정열적인 독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역사책을 즐겨 읽었다. 이승만이 유학 시절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과목도 미국사와 유럽사와 같은 역사였고, 김영삼과 김대중 또한 역사를 유난히 좋아했다. 특히 김대중은 감옥에 있을 때 영국의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숙독하고 역사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새로워졌다고 회고한 바 있다.

 

여덟째, 오히려 고통 속에서 읽어라

사람들은 고통스러울수록 책을 읽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던 시간은 투옥 중이거나 좌절에 빠져 있던 극한의 상황이었다. 이승만과 김대중은 수감 시절, 전두환은 백담사 유배 시절 평상시 보기 힘든 책들을 두루 읽었고, 노무현은 탄핵 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벼랑 끝 상황에서 책을 마음껏 읽었다. 고통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 공간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김대중은 동교동 지하 서재를, 노무현은 땅을 파서 만든 반지하 움막을 활용했다.

 

아홉째, 책을 실생활에 적용하라

책을 읽고 나서 실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책을 읽는 의미 또한 빛이 바랠 것이다. 김대중은 ‘한 시간 읽고 한 시간 생각’하라고 할 만큼 책에서 본 내용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노무현은 관심 분야에 진입하기 전 무조건 책부터 사서 읽었으며, 이명박은 현실에 도움이 될 책을 처음부터 골라 읽으며 곧바로 현장에서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 번째, 평생 독서하라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책은 평생 함께하는 벗이다. 이승만은 90살에 영면할 때까지 성경책을 반복해서 읽었고, 김대중은 입원하여 눈을 감기 직전까지 《제국의 미래》와 《오바마 2.0》, 역사 만화 《조선왕조실록》 3권을 읽었다고 한다. 이렇듯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은 어느새 다가온 100살 시대에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습관이 아닐까?

 

역대 대통령을 다룬 책은 많았지만, 이렇듯 그들의 독서 습관을 종횡으로 분석한 책은 앞으로도 드물 듯하다.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인 저자의 분석대로, 그들이 갖은 난관을 뚫고 ‘대통령’이라는 국가 정상의 지위에 오른 비결에는 결코 독서를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독서법에 중점을 두다 보니 박정희가 만주군관학교 시절 끊임없는 독서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미화된 측면이 있는 것은 아쉽다.

 

이 책이 나온 뒤 어느새 세 명의 대통령이 더 배출되었다. 독서를 많이 한 것과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다소 별개의 문제인 것 같지만, 리더를 꿈꾸는 이라면 역대 대통령들의 독서 습관을 살펴보는 것은 삶에 퍽 유용한 지침이 될 법하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역대 대통령들의 수는 더 늘어난 만큼, 조만간 개정판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