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매창.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조선의 기생 가운데 한 명이다. 부안에 살았고, 허균의 막역한 지기이기도 했다. 황진이만큼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진 않았지만, 시인 유희경과의 사랑과 허균과의 우정, 그리고 《매창집》을 남길 만큼 출중한 문학적 재능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인생길을 차분하게, 또 서정적으로 담아낸 최옥정의 장편소설,《매창,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는 매창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단순히 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알았던 그녀가 유희경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환란을 온몸으로 겪어냈고, 허균과도 시를 주고받는 벗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창은 부안현 아전의 서녀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게 글을 익히며 자라났다. 불과 서른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부안현 아전들이 그녀의 시들을 모아 《매창집》을 펴냈다. ‘매화꽃 보이는 창’이라는 뜻을 담은 그녀의 호는 계랑이라 불리던 그녀가 자신을 향해 붙인 호였다고 한다. 매창은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지만, 거문고를 잘 타기로도 유명했다. 고을 기생이던 매창은 현감의 소개로 유희경을 만났다. 둘은 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 “사진은 기록과 진실을 담은 예술이어야 한다. 사진은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 임응식. 가슴팍에 ‘求職(구직)’을 써 붙인 한 젊은이의 사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가? 그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임응식이다. 사진을 하는 이들에겐 잘 알려져 있을 사진계의 큰 예술가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퍽 낯설 이름이다. 권태균 작가가 사진가 임응식의 삶을 해상도 높게 보여주는 이 책, 《사진가 임응식》은 나무숲 출판사의 ‘예술가이야기’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 ‘예술가이야기’ 시리즈는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사진 등 각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북돋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사진가 임응식은 1912년 부산에서 태어나 90살에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사진을 위해 살았던, 한국 사진계의 대들보 같은 인물이다. 와세다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만주에 갔던 맏형이 선물한 카메라를 입학 선물로 받았다. 방학을 맞아 부산 고향집에 와서 지낼 때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작업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때만 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컬렉션. 컬렉션 곧 수집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일. 또는 모인 물건들’이다. 이렇게 건조하게만 정의할 수 없는 ‘컬렉션’은 그것을 모으기까지 한 발, 한 발 구도의 길을 걸어간 수집가들의 피와 땀이 응집된 보석함이다. 이 책 《컬렉션의 맛》을 쓴 지은이 김세종은 민화 수집가로 유명하다. 평창아트 대표로 국내 으뜸 민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나 제기 등 다른 골동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2018년 펴낸 이 책은 그가 털어놓는 자신의 수집 철학, 각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수집의 미학,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장 민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수집 철학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우선 ‘안목의 근육’을 기르려면 가짜 작품에도 많이 속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 사이에서 허우적대다가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것이 명품이다. 명품을 수집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가짜를 마주하며 길러진 ‘안목의 근육’이 있어야 한다. (p.91) 우연찮은 기회에 조그만 작품을 구입하였다 해도, 누가 작품을 좋지 않게 말하면 이내 작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실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 주위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끈다. 밝은 빛처럼 시선을 모으는 권력의 속성처럼, 임금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에 기록되고 회자하였다. 다만 정보의 통제가 엄격했던 옛날에는 덜 알려지고, 지금은 더 많이 알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영규가 쓴 이 책, 《조선시대 왕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왕실 사람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임금과 세자는 어떻게 지내고 왕후와 후궁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막연히 사극으로만 보던 왕실 사람들의 생활을 마치 옆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비 간택과 외척에 관한 이야기다. 간택은 왕실에서 혼인을 앞두고 혼인 후보자들을 대궐 안에 불러 배우자를 뽑던 제도다. 고려 때만 해도 이런 제도 없이 상궁을 앞세워 중매하는 형식으로 혼인했지만, 조선시대 들어서는 간택을 통해 일종의 ‘선발’을 했다. 태종은 신하 이속이 왕실과의 중매 혼인을 거부하자 괘씸하게 여기고 ‘간택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왕실의 혼인을 위해 간택을 할 때는 먼저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아주 긴 이야기다. 역사가 기본적으로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훨씬 역사가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한 편의 단편소설이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모여 빚어낸 대하소설이 역사라면, 그 흐름을 쭉 듣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이 책, 《벌거벗은 한국사- 사건편》은 복잡하게 뒤엉킨 인물들의 서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유명한 인기 역사 예능인 《벌거벗은 한국사》를 책으로 재구성하여 펴낸 것이다. 여러 방송분 가운데서도 한국사의 운명을 가른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의 숨겨진 면모를 벌거벗겨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한다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이 책 또한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벌거벗은 무신정변’, ‘벌거벗은 여몽전쟁’, ‘벌거벗은 임진왜란’ 등 굵직한 역사 속 사건들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완용이 어떻게 나라를 팔아넘겼는지 낱낱이 파헤친 ‘벌거벗은 경술국치’ 편이다. 이완용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역사에 회자되어 왔지만, 정확히 그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7)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 독립운동가 김동삼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경상북도호국보훈재단이 펴낸 이 책,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은 안동 내앞마을에서 분연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떨치고 일어난 김동삼의 생애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만주의 호랑이’라 불릴 만큼 당당한 인물이었으나, 결국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조국이 독립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옥사해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다.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자,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김동삼도 예외가 아니었다. 1878년, 안동에서 태어나 나라가 힘없이 망해가는 모습을 청년기 내내 지켜본 그는 29살이 되던 1907년, 동지들과 안동에 협동학교를 세워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협동학교가 설립된 가산서당에서 4년을 보낸 그는 33살이 되던 1911년, 만주로 떠나 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시(詩)는 철학과 세계관을 고도로 농축한 글이다. 시를 잘 짓고 쓰는 사람을 보면, 사상이 정교하고 감각이 발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시는 여러 겹의 사유를 덧대어 만든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 고두현과 전(前) 동양시스템즈 대표 황태인이 함께 쓴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좋은 시와, 그에 따른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라는 머리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와 경영은 영감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p.11) 시인과 경영자의 닮은 점도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책에 실린 많은 시 가운데 이근배가 쓴 《부작란-벼루에게》라는 시가 퍽 친숙하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54살의 나이로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되어 9년 동안 먹빛 바다를 보며 벼루가 바닥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4) 그냥 웃기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똥오줌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나라 역사 속에 나오는 똥오줌 이야기야. 왕과 왕비, 시인과 학자, 임금님과 선비가 주인공인 똥오줌 이야기란다. 역사책에 그런 게 정말 있냐고? 똥과 오줌, 다 나와 있냐고? 그래, 역사책에 다 나와 있어.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푸지게 나온다니까. 똥과 오줌이 정말 역사책에 그리 많이 나올까? 엄중, 진지, 근엄한 역사책에 ‘똥오줌’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도, 의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소재가 된 적이 꽤 많다. 배설은 영원한 인간의 숙명이고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만큼, 똥과 오줌이 역사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설흔이 쓴 이 책, 《웃기고 냄새나는 역사 속 똥오줌 이야기》는 역사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볍게 바꿔준다. 이렇게 작고 하찮은 것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주변의 작은 일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책에는 오줌 꿈을 사서 왕비가 된 김유신의 누이 문희, 화장실에서 김부식에게 복수한 정지상의 귀신, 신하들이 있는 가운데 몸을 돌려 오줌을 눈 조선 임금 경종,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평했던 박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배용준. 지금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한때는 온 세계, 특히 아시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류스타였다. 《겨울연가》의 성공 이래 그가 관심을 가진 모든 것은 큰 화제가 되었고, 그가 방문한 장소들은 일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인기가 엄청났다. 배용준이 2009년, 여행 수필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낸 여행》을 냈을 때도 반응은 뜨거웠다. 책에 나온 장소들이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세계 각국에 번역 출판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온 지 15여 년 만에 펼쳐본 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단지 한류스타가 썼다는 이유로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면 찬찬히 음미할 만한 대목이 많은,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 수필이었다. 책은 ‘머물다’, ‘떠나다’, ‘버리다’, ‘사색하다’, ‘돌아오다’ 등 여정을 떠올리는 말들로 구성된다. 한국문화의 본산을 찾아 떠나고, 거기서 한 체험과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방식이다. 가령, ‘떠나다’ 편에서는 옻칠 장인의 공방을 찾아 옻칠을 배우고, 절에 가서 여러 날 머물며 절 음식을 맛보고, 차를 덖는 과정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황과 이이. 우리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학자이자 관료였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동시대 인물이었다. 물론 이황이 서른다섯 살 연상으로 아버지뻘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며 교유했다. 정춘수가 쓴 이 책, 《이황과 이이의 공부 대결》은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을 보여주며 서로 비슷했던 점과 달랐던 점을 톺아낸다. 수백 년이 지나 후손들이 쓰는 지폐의 주인공이 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자랑하는 이황과 이이, 두 사람이 추구했던 삶의 지향과 행적을 견줘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둘의 공통점은, 공부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양반들의 진로가 ‘과거 합격’으로 정해져 있던 조선시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거에 합격해서 조정에 출사한 이들은 모두 수재였지만, ‘합격을 위한 공부’만 했던 이들은 출사한 뒤에는 공부와 멀어졌다. 그들이 위대한 학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정에 출사한 뒤에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학문을 연마한 덕분이다. 학문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그 바탕이 되었다. 사실 벼슬이 더 적성에 맞지 않았던 쪽은 이이보다 이황이었다. 이황이 1536년, 벼슬살이를 위해 한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