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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달라도 융합의 자장이 넘쳐나

오대천 따라 걷기 1-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강시원지 체험관의 자료를 둘러보니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로 인정받기 전 조선시대에는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 문제에 관해서 나는 작년(2021) 평창강 답사기를 작성할 때 다음과 같이 썼다.

 

“한강의 유로연장(길이의 수문학적인 용어)을 계산하려면 가장 긴 쪽을 따라가야 한다. 북한강보다는 남한강이 길어서 한강의 발원지는 남한강 상류 어느 지점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오대산 우통수(于筒水)가 발원지라고 경험적으로 믿어왔다. 그런데 측지 기술이 발달하여 엄밀히 측정해보니 우통수 쪽보다는 태백의 검룡소 쪽이 32킬로미터 더 길다고 밝혀졌다. 국립지리원에서는 1987년에 공식적으로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라고 인정했다. 현재 공인된 한강의 유로연장은 514km이다. 옛날 자료를 인용하는 글에서는 한강의 길이를 482km라고 잘못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답사 뒤에 시인마뇽(우명길의 호)이 내게 전해 준 자료를 보니 한강의 길이를 514km로 인정한 것은 1987년이 처음이 아니고 1918년이다. 이형석 저 《한국의 강》(1997)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910년에 조선을 합병한 일본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5년간 전국을 대상으로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하여 1:50,000 지형도를 작성하였다. 토지조사사업의 성과로 <조선地誌자료>가 발간되었는데, 이 자료에서는 한강의 길이는 514.4km 한강의 발원지는 삼척군 하장면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한강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없이 전통적인 측량조사로도 충분하였을 것이다. 새로이 한강의 발원지로 인정받은 검룡소는 태백시 금대봉 아래 계곡에 있으며 땅속에서 물이 솟아나는 샘물이다. 나는 지난 3월 1일에 시인마뇽과 석주와 함께 검룡소를 찾아갔었다.

 

 

 

검룡소에 한강의 발원지 지위를 넘겨주자 월정사와 평창군은 서운했을 것이다. 그래서 2009년에 월정사와 평창군이 공동으로 주관하여 설립한 건물이 한강시원지 체험관이다. 우통수는 이제 한강의 ‘역사적 시원지’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누가 작명한 지는 모르겠으나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한강시원지 체험관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저녁 5시 가까이에 있는 산들산채 식당으로 가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교육개발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나는 1974년부터 1979년까지 한국교육개발원 과학교육연구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대부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가양(최돈형의 호)이 저녁식사비를 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으면 그만이다. 죽기 전에 이렇게 돈을 쓰는 것이 칭찬받는 일이다. 우리는 가양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뼉을 쳤다. 오늘은 음식 보시를 한 사람이 세 명이나 나타나서 회비를 따로 걷지 않고서도 답사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세 명은 저녁 6시 식당 앞에서 버스를 타고 진부읍으로 출발하였다. 나머지 5명은 내가 차를 운전하여 봉평면으로 가서 다른 모임에 참석하였다.

 

오늘 10명이 동강 따라 걷기 제1구간 1.8km를 왕복하였는데, 2시간 30분이 걸렸다.

 

<답사 후기 1>

 

석영(박인기 교수의 호)이 제1구간 답사를 끝낸 뒤에 아래와 같은 소감글을 단톡방에 올려서 소개한다. 석영에게 전화해보니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이 글을 올렸다고 한다.

 

제목: 오대산 우통수(于筒水)에서

 

근원을 찾아갑니다. 오늘은 근원을 찾으려 산행을 합니다. 오대산 호령봉(1531미터) 아래 우통수(于筒水)에 왔습니다.

 

오대산 오대(五臺) 중 서대(西臺)가 있는 곳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서대 수정암, 너와집 암자가 있는 곳입니다. 여기도 높이가 만만치 않아서 고도가 1,224m입니다. 우통수는 오대천의 상류의 끝입니다. 평창군은 우통수를 남한강의 역사적 시원지(始原地)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68학번으로 대학을 같이 다닌 8명의 친구가 일행입니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환경, 문학 등 각기 전공이 달라도 대화는 융합의 자장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상원사 탐방 지원센터를 출발하여 20여 분을 가다가 왼쪽 산길로 접어듭니다. 길은 금방 가파르고 돌은 불퉁거리며, 몸은 자주 기우뚱거립니다. 좌우로 장렬하게 늘어선 수목은 하늘로만 향하여 곧고 푸릅니다.

 

이곳은 지대가 높고 서늘합니다. 서울 기후로 치면 4월 초순쯤의 날씨랍니다. 그래서 아직 산중의 숲은 연록의 향연입니다. 내 사랑하는 연두! 짧게 머무르는 연두의 시간을 여기서 다시 봅니다. 너무 오묘하여 나는 연두를 언어로 번역하지 못합니다.

 

여기는 이른 봄이라 풀들도 아직 키가 작고, 그 틈새로 피어난 야생화들이 그 귀여움을 다툽니다. 야생화 이름 많이 아는 친구가 자연스레 선생이 됩니다. 카메라들로 접사하느라 바쁩니다.

 

가파른 행보로만 한 시간 남짓한 등산입니다. 바람이 아주 시원합니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맺힐 듯하다가도 바람이 어루만져주는 덕으로 걸음을 옮겨 산을 오릅니다.

 

우통수에 올라 생각합니다. 근원을 찾아간다는 일은 일종의 경건함을 머금는 일입니다.

 

근원 찾기를 개인의 문제로 본다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내 존재의 문제를 가슴에 품어 보는 일이어서 경건의 정조가 살아납니다. 생각이 거룩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신의 복을 누리는 일입니다.

 

‘근원 찾아가기’를 내가 딛고 있는 땅(장소)의 문제로 본다면, 내 움직임의 방향과 의미를 땅과 더불어 생각하게 합니다. 또 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내가 무엇에 의하여 지탱되는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하는 도정입니다.

 

흐르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라 공간도 흐릅니다. 나이 들어 늙어가면서 내가 흘러갈 곳을 생각합니다.

 

올해 일행은 이곳 오대산 우통수를 시발점으로 오대천을 따라 걷고, 이어서 조양강을 끼고 걷고, 마침내 동강을 바라보며 걸어서 늦가을에는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 합해지는 곳까지를 걷기로 합니다.

 

매번 서울에서 열차로 아침에 내려와 이 길을 걸을 것입니다. 모두 10회 정도 예상을 합니다. 지난번 종착점이 이번의 시발점이 되는 방식으로 걷습니다.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걷느냐고요? 물이 있고, 길이 있으니까요.

 

걷는 동안 ‘음수사원(飮水思源)’의 자세를 지녀 보려 합니다.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지요. 말만 외워두었을 뿐, 그런 사유와 실천에 가 있지 못했습니다.

 

<답사 후기 2>

시인마뇽(우명길의 호)이 본인의 블로그에 답사기를 올렸다. 아래 주소를 연결하면 글을 읽을 수 있다.

시인마뇽의 담사후기 읽기

 

<답사 후기 3>

가양이 답사가 끝난 후에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아래 주소를 연결하면 글을 읽을 수 있다.

가양의 답사후기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