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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다

박팔양,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겨레문화와 시마을 1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 박팔양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이른 봄 3월이 되면 산엔 분홍빛 물이 들기 시작한다. 꽃을 얼른 내보이고 싶어 잎이 나기도 전에 온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김소월은 그의 시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님을 붙잡지 않고 잘 가시라고 가실 길에 뿌리는 것이 진달래꽃이란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진달래 가지를 꺾어 꽃방망이를 만들어서 앞서가는 아가씨의 등을 가볍게 치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남성의 머리를 치면 장원급제한단다. 그런가 하면 진달래를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두견새가 밤새 피를 토하며 울어, 그 피로 꽃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술을 빚어 마시기도 하는데 술은 담근 지 100일이 지나야 제대로 익어서 맛이 난다고 하여 ‘100일주’라고도 부른다.

 

여기 박팔양 시인은 봄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다”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진달래를 붙들고 우는데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라고 울부짖듯 노래한다. 그뿐만 아니라 진달래는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고,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한다며 박팔양 시인은 진달래를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라고 피를 토한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