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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왜 남자의 계절이라고 할까?

무심거사의 단편소설 (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는 태양 주위를 쉬지 않고 공전하였다. 김 과장이 나목에서 미스 나를 만난 지도 넉 달이 지나 10월이 되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어느 날 퇴근 무렵, 김 과장은 갑자기 나목과 아가씨가 생각났다. 그사이 두어 번 술집에 갈 기회는 있었지만 김 과장은 일부러 나목은 피하였다. 어떻게 보면 순수했던 짧은 시간의 추억이 더럽혀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사무실 창밖으로 비를 맞으며 뚝뚝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고 있으려니까 아가씨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솟아났다.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해도 아가씨의 모습은 계속 어른거렸다. 내가 왜 이럴까?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혼자 가기에는 아무래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김 과장은 박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근길에 술이나 한잔하자고 제안했다. 박 과장도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박 과장은 선뜻 좋다고 대답했다. 둘은 늘 가던 돼지갈비집에 먼저 들렸다. 소주잔을 비우며 김 과장이 물었다.

 

“박 과장님, 왜 사람들은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할까요?”

“글쎄요, 김 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지요. 가을이 되면 여름에 그처럼 푸르고 싱싱했던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되고, 사람도 언젠가는 죽게 됨을 연상하지 않겠어요? 젊었을 때야 누가 자기도 죽게 된다는 것을 생각합니까? 직장에 매어 경쟁하느라 자기 생활은 하나도 없이 죽으라고 일만 하지요. 그러다가 우리처럼 사십 대가 되면 남은 인생이 살아온 인생보다 짧아졌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가을날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하 사람의 일생도 한 그루의 나무와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러면 인생의 남은 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거고요. 직장에서 승진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하느라고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보내 버린 청춘이 그리워지지 않겠어요? 아내를 바라보니 눈가에 주름살이 보이고. 그러다가 젊은 여자라도 만나게 되면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요?”

 

“일리가 있는 설명이네요.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렇소. 가을이 되면 우선 기온이 내려가 쌀쌀해질 것 아니요. 그러니 여자와 함께 접촉해 있으면 따뜻할 것이고, 한 여자보다는 두 여자와 접촉한다면 따뜻한 시간이 더 많아지니 좋지 않겠소?”

“그럴듯한데요. 연구를 많이 하셨네요, 하하하.”

 

둘은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이번에는 박 과장이 물었다.

 

“그렇다면 왜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할까요?”

“내가 남자인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건 여자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오랜만에 나목에 한번 갑시다.”

“가을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김 과장이 바람이 나는 날인가 보군요. 좋습니다. 갑시다.”

 

두 사람은 소주를 마셔서 약간 취한 상태에서 2차를 갔다. 김 과장은 비틀거리지는 않았다. 나목은 길 건너편 골목길 안쪽에 있다. 카페 입구에서 김 과장이 말했다.

 

“먼저 들어가세요. 내 곧 뒤따라 들어갈게요.”

 

 

김 과장은 지난번 미스 나에게 금연 껌을 사다 주겠다던 약속이 생각났다. 김 과장은 근처에 보이는 약국에 가서 금연 껌 두 통을 사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