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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옳은말’과 ‘그른말’

[우리말은 서럽다 46]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옳은말’과 ‘그른말’은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낱말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참말’과 ‘거짓말’이 국어사전에 오른 낱말인 것처럼, ‘옳은말’과 ‘그른말’도 국어사전에 올라야 마땅한 낱말이다. 우리 겨레가 이들 두 낱말을 두루 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옳은말’과 ‘그른말’은 서로 맞서, ‘옳은말’은 ‘그른말’이 아니고 ‘그른말’은 ‘옳은말’이 아니다. ‘옳은말’과 ‘그른말’이 가려지는 잣대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있어야 하는 것(이치, 당위)’이다. 있어야 하는 것과 맞으면 ‘옳은말’이고, 있어야 하는 것과 어긋나면 ‘그른말’이다. ‘있어야 하는 것’이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길을 밝혀 주는 잣대다.

 

 

사람들이 동아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려고 말잔치가 벌어지고 삿대질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는 어김없이 ‘옳은말’과 ‘그른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뒤섞여 쏟아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른말’은 하나둘 밀려나 꼬리를 감추고 마침내 가장 ‘옳은말’이 홀로 남아 말잔치를 끝낸다. 그리고 끝까지 남았던 ‘옳은말’은 드디어 삶의 터전으로 걸어 나가 실타래를 풀어내면서 세상을 더욱 올바르고 아름답게 바꾸는 열쇠 노릇을 한다.

 

풀리지 않는 일을 앞에 두고 실마리를 찾자고 말잔치를 벌일 적에는 ‘옳은말’과 ‘그른말’이 사람까지도 가려서 값어치를 매긴다. 있어야 할 이치에 맞는 ‘옳은말’을 하는 사람은 슬기로운 사람으로, 있어야 할 이치에 맞지 않는 ‘그른말’을 하는 사람은 미련한 사람으로 가려내 놓는다. 그리고 거듭 ‘옳은말’로 삶의 길을 밝혀 주는 슬기로운 사람은 마침내 동아리에서 우두머리로 자리 잡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우러름을 받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