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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아동방(我東方)의 예악문물(禮樂文物), 천하에 유명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3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역대가(歷代歌)> 시작 부분에 나오는 이청련(李靑蓮)의 ‘하수신후천재명(何須身後千載名)이란, “현세의 삶이 중요하다. 죽은 뒤, 여기저기에 이름이 기재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청련은 이태백의 아호로 천성이 호방하고 술을 좋아해 흥이 나면 시(詩)를 쓰고, 시(詩)로 말했다는 시성(詩聖)이었는데, 그의 풍모와 재능을 아낀 사람들이 그를 적선(謫仙)으로도 불렀다고 한다. 적선이란 하늘나라에서 벌을 받고 인간세상으로 쫓겨 내려온 선인이라는 의미. <춘향가> 들머리에 “채석강 명월야(明月夜)의 이적선(李謫仙)도 놀고”라는 대목에서 이적선이 바로 이태백이란 이야기를 하였다. 또한 장사군의 ’불여안전일배주(不如眼前一杯酒)‘도 이야기하였다.

 

지금에 와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가 말한 대로 돈이나 금은보화, 고위 공직의 벼슬, 그리고 명예 등등은 인생을 살며 매우 귀하고 중요한 값어치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막상 세상을 떠난다고 하는 가정 앞에서 다소 과장되기는 했어도, 이러한 값어치들이란 것이 생전의 한잔 술만 하겠는가? 하는 물음에는 공감되는 측면이 없지도 않은 것이다.

 

 

실제로 장사군이란 사람은 고위직에 있으면서 명예나 영화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으며, 사후(死後)의 명예라 하는 것도 별반 의미 없는 결과로 생각한 나머지, 생전의 일배주(一杯酒)에 견준 것이다. 죽은 뒤의 명예를 생존 시와 같게 여기거나, 아니면 더더욱 고귀하게 여기는 일부 인사들과는 달리, 이를 하찮은 대상으로 치부하고 떠나간 그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 널려 회자(膾炙)되고 있을 뿐이다.

 

근자에 널리 불려지고 있는 <사철가>라는 단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오고 있어 이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인간이 모두가 80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허면, 단 40도 못 사는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死後)의

만반진수는 불여생전(不如生前)의 일배주(一杯酒)만도 못 허느니라.“

 

여기서 만반진수(滿盤珍羞)란 소반 위에 진귀한 음식을 가득 채워 바침을 말하는 것인데, 사후(死後)의 약방문(藥房門)이라든가, 또는 사후 청심환(淸心丸)과 같은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이미 사후엔 모든 것이 허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역대가(歷代歌)> 전반에는 이청련과 장사군의 글귀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고 있어 친근감을 주고 있다. 끝부분의 노랫말들은 비교적 이해가 되는 내용들이어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원문을 그대로 소개한다.

 

“삼백년 천하태평 요순지치(堯舜之治) 장하더니,

어느덧 번복(飜覆)하여 이 세상이 뉘 세상,

고 열사(烈士)의 탄식이요, 사군자(士君子)의 눈물이라.

아동방(我東方-중국 동쪽에 있다는 의미, 우리나라를 말함)

예악(禮樂) 문물(文物), 천하에 유명하다.

묘향산(妙香山-평북 영변군 소재의 산 이름. 이 산에 들어가면

묘한 향기가 난다고 해서 묘향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단목(檀木)아래 단군이 나리시고, 기자가 동출(東出)하사,

교민팔조 하시거다.

(교민팔조-敎民八條란 고조선 때에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불문율이 정해졌는데, 전문(全文)은 알기 어렵고, 다만, 살생을

금하고, 서로 상해를 입히지 말 것, 다치게 하면 곡물로 배상한다

는 조항 등이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에 보인다고 함.)

 

제일강산 평양도읍(平壤都邑) 덕화(德化) 지금 남았구나.

요란한 삼조(三朝) 시절, 고구려 백제로다. 신라에 와 통일터니

고려의 왕실기업(王室基業) 송악산(松嶽山)만 남은지라.

아태조(我太祖-조선을 개국한 이 태조를 말함) 성신문무(聖神文武)

성진(腥塵-세상은 피비린내 나는 티끌이라는 뜻)을 소탕하고

한양 도읍(漢陽都邑) 하시거다.

삼각산(三角山) 숫돌 되고, 한강수가 띠 같도록 열성조의

지인(至仁) 지덕(至德) 곳곳마다 강구연월(康衢煙月-태평시대에

보이는 거리의 평화스러운 모습),

대대(代代)로 명왕(明王) 성주(聖主) 고기직설(皐夔稷契-이 말은 고대 4인

의 현명한 신하 이름으로 고, 기, 직, 설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들을 열거하

는 이유는 조선의 신하들이 옛 중국의 현신들과 같다는 의미로 보임.)

만조정에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집집마다 풍족한 모습)

만만세지(萬萬歲之)무궁(無窮)이라.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