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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풍경

오래된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시간

칠레 남부 나무의 섬 '칠로에‘ 여행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어느덧 삶의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 이제는 화려한 명소보다 바람의 결이 느껴지는 호젓한 풍경에 마음이 머뭅니다. 칠레 남부 태평양의 파도를 품은 칠로에섬의 중심도시 '카스트로'에 머문 이틀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갯벌 위에 튼튼한 나무 기둥을 박아 세운 수상가옥들입니다. 밀물 때면 집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을 자아내지요. 알록달록한 이 집들의 외면은 마치 생선 비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습기를 방지하기 위한 이 지역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풍경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문고리 하나 벽의 장식품에서 정성스럽게 깎아 만든 목공예술의 정수를 마주하며, 이곳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봅니다.

 

 

 

칠로에섬의 상징과도 같은 16개의 목조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전설과 깊이로 저를 압도했습니다. 예수회 선교사들의 손길로 세워진 이 성당들은 해안선을 따라, 혹은 이름 모를 섬들에 흩어져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어떤 성당은 이제 더 이상 미사를 드리지 않고 관광객만 맞이하는 고요한 박물관이 되었지만, 도심의 성당들은 여전히 주민들의 기도로 가득 차 활기가 넘칩니다. 차로 이동하며 8개의 성당을 차례로 방문하고, 마음 한구석에 간절한 소인을 찍는 여정은 마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길 같았습니다.

 

 

 

성당을 순례하며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 자체로 치유였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과 소, 닭들의 모습은 이곳이 축복받은 목축업의 고장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덕분에 식탁에는 늘 신선한 치즈와 요구르트가 풍성하게 올랐지요. 언덕 위아래로 옹기종기 자리 잡은 그림 같은 집들 사이로 수국과 장미가 한창입니다.

 

 

 

 

주인 없이도 자유롭게 마을을 누비는 개들과 병아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닭들의 모습에서 '평화'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마푸체족 원주민의 전설을 담은 조각상들은 칠로에섬의 깊은 역사를 속삭여 줍니다.

 

카스트로를 떠나며, 저는 이 소박하고도 찬란한 나무의 섬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