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사람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답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이성(Logos)을 가진 동물”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다른 동물도 감정을 가질까? 이 물음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은 공포나 분노 같은 기본적인 감정은 사람과 공유하지만, 수치심이나 시기심처럼 자기 성찰이나 가치 판단이 필요한 감정은 오직 사람만이 가진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관은 중세를 거쳐 오랫동안 서구에서 받아들여졌다. 특히 기독교가 지배한 중세에는 사람만이 이성적 영혼을 가지며 고차원적인 사고와 도덕적 생활의 근거가 된다고 보았다. 기독교 신학을 완성한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동물에게도 혼이 있으나 몸이 죽으면 사라지는 혼이라고 말하였다. 인간이 수태되는 순간 하느님은 사람에게 영혼을 불어넣어 주는데, 영혼은 사람이 죽어 육체가 썩은 뒤에도 존재하는 불멸의 혼이라고 주장하였다. 기독교에서는 사람과 동물은 신의 창조물이지만 등급이 다르다고 본다.
불교에서 유정(有情)은 고통과 즐거움을 느끼는 생명체를 말하는데, 동물과 사람이 포함된다. 모든 유정은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과 모든 동물은 본질적으로 평등하다. 불교 계율에서는 동물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불살생을 강조한다. 한국의 조계종을 포함한 대승불교에서는 육식을 금지하며 채식을 권장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1809~1882)은 1872년에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라는 책에서 동물도 기쁨, 슬픔, 공포 등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고 주장하였다.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1934~2025)은 《곰베의 침팬지》라는 책에서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며 복잡한 감정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하여 현대 동물행동학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제인 구달은 아리스토텔레스나 기독교 철학과는 정반대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 차이는 단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간은 ‘동물의 왕국의 일부’라고 주장하였다.
2025년 10월 15일, 경남 김해시 화포천 습지과학관 개관식이 열렸다. ‘녹색생태도시 김해’를 알리는 뜻깊은 자리에 김해시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시의회 관계자 등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높은 분들의 일장 연설이 100분 동안 이어진 끝에 개관식의 절정인 황새 방생이 이루어졌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세 마리를 자연의 품으로 날려 보내는 행사가 펼쳐졌다.
폭 30~40cm의 나무 상자의 문을 열자 갇혀있던 황새들이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그런데 두 마리뿐이었다. 한 마리가 나오지 않자, 사육사가 부리를 잡고 끌어냈다. 아빠 황새였다. 아빠 황새는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고꾸라졌다. 좁고 더운 새장 안에서 아빠 황새는 탈진해서 죽은 것이다. 다급하게 수의사가 달려왔지만, 황새를 살릴 수 없었다. 손뼉 치며 웃던 얼굴들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김해시에 질타가 쏟아졌다.
김해시는 바깓 온도가 22도로 무더운 날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을 햇볕에 달구어진 나무 새장 안의 온도는 40도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죽어가는 아빠 황새를 남겨두고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아기 황새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김해시장이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김해시는 앞으로 행사성 방사를 멈추고 방사 과정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체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불교계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나 부처님 오신 날(4월 8일) 백중(7월 15일)에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자비심을 실천하기 위해서 방생 행사를 한다. 그러나 방생하는 동물이 블루길이나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으로서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종류가 많다. 겨울에 방생하는 물고기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민물고기를 바다에 넣거나 바닷물고기를 강에 방생하는 등 생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고기가 즉사하는 예도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이러한 방생이 토종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물을 죽게 하는 ‘방생이 아닌 살생’이라고 비판하였다. 대한조계종 환경위원회는 2002년에 전국 절에 방생지침서를 배포하였다. 이 지침서에 따르면 방생 금지 어종으로서 큰블루길, 배스, 이스라엘 잉어 붉은귀거북 등 14종을 명시하였다. 지역 생태계에 적합한 방생 어종으로서 황조롱이, 버들치, 재첩 등을 권장하였다. 또한 물고기를 풀어주는 방생 말고도 철새 먹이 주기, 산나물 씨뿌리기 등도 방생의 범주에 포함하였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서울올림픽 앞뒤로 국제 사회의 동물 학대 방지 요구가 커지자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서는 동물을 학대하면 2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하였다. 2011년에는 동물학대 때 징역형을 도입하였다.
2022년 4월에 동물보호법이 크게 개정되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최소한의 사육 공간이나 먹이를 제공하지 않아 동물을 죽게 하는 ‘방치형 학대’가 처벌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동물을 방치하여 죽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동물의 수입ㆍ판매ㆍ장묘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어 동물 보호에 대한 국가의 관리가 강화되었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제2조에서 동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제2조 (정의)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말한다.
가. 포유류 나. 조류 다. 파충류ㆍ양서류ㆍ어류
이 중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종류 (단, 식용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제외)
동물보호법의 법적 정의에 따르면 식용 목적으로 양식하는 물고기는 동물에서 제외된다. 식용 수산물은 법적으로는 물건으로 취급된다. 또한 척추가 없는 문어, 곤충 등은 무척추동물이기 때문에 법적 동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동물의 고통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2018년 스위스는 세계 처음으로 동물을 산채로 삶는 조리법을 금지하였다. 예를 들어 갑각류인 바다가재를 삶는 것은 불법이다. 조리 전에 반드시 전기 충격이나 기계적 방법으로 가재를 기절시키도록 의무화하였다. 이어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뉴질랜드에서도 갑각류의 고통을 인정하여 산 채로 조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2022년에 영국 정부는 동물복지법을 개정하여 두족류(문어, 오징어 등)와 갑각류(가제, 게, 새우 따위)를 고통을 느끼고 지각 있는 존재로 명시하였다. 2025년 12월 22일에 영국 정부는 동물을 삶는 행위를 놓고 “용납할 수 없는 도살”이라고 적시하고 적법한 도살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2025년 12월 24일 낸 성명서에서 “수생동물도 우리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학대 행위를 근절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조이불망(釣而不網) 익불사숙(弋不射宿)
낚시질을 하되 그물은 쓰지 않는다.
활을 쏘되 잠자는 새는 쏘지 않는다.
공자는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을 때 싹쓸이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라고 했다. 새를 잡을 때 무방비 상태의 생명을 해치는 비겁함을 경계하였다. 공자는 어진 마음 인(仁)이 주변의 동물에게도 미쳐야 한다고 보았다.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현대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공자님 말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