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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나비처럼 자유로우신 함평 이 화백님을 소개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호남가’의 첫머리에 나오는 곳 함평으로 부모님의 대를 이어 지금 60년째 함평 읍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밝은 달과 별이 친구가 되어주지요. 그리고 주변에는 나무와 구름과 꽃과 새들이 노래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저는 그림을 그리고 살고 있습니다.”

화가이신 이병술 선생님께서 손으로 정성껏 써 보내신 편지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서정적인 자연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비와 꽃과 새들이 노래하는 예쁜 엽서도 잊지 않고 넣어 보내주셨습니다. 손편지를 받아본 지 오래된 지금 이 화백님의 편지를 받고 얼마나 감격에 젖었는지 모릅니다.

34년간 공직 생활을 마치고 15년이 지난 지금은 평생 꿈꾸던 그림 작업에 푹 빠져서 행복한 노년의 시간을 보내시는 이 화백님을 알게 된 것은 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와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년 8월 초에 시집 <1권>을 내자마자 K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2회에 걸친 대담 프로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 이때 함평 사시는 이 화백님께서 이 방송을 들으신 것입니다.

당시 나는 KBS 방송 대담에서 “현재 한국에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이 전혀 조명되지 않았다. 또한, 사회적 관심도 저조하다. 그 대표적인 반증으로 대학생들조차 유관순 여사밖에 모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워 10여 년 전부터 준비를 해 왔으나 찍어 주는 출판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원고 뭉치를 굴리다가 호주머니를 털어 <1권>을 찍었다. 앞으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이 작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전국 애청자들의 후원을 바란다."는 내용으로 호소 겸 책 발간의 사정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이 나가자마자 이 화백님께서 나의 여성독립운동가 알리기에 대한 애정어린 격려와 용기의 글을 손수 써서 보내시면서 후속 작업에 보태라고 후원금도 보내주셨습니다. 이와같이 이 화백님처럼 여러 독자의 후원으로 지난 2월에 다시 <2권>을 발간할 수 있었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2권>작업을 끝으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시집 발간은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자료도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출판비 마련이 힘에 부쳐 처음 마음먹은 10권 계획을 접으려던 차에 큰 용기와 격려 편지를 보내주신 이 화백님의 글을 보면서 큰 위안을 받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손수 그린 ‘무궁화 꽃이 선명한 그림’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 속에서 뭉클한 감정과 각오가 샘솟았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밝은 해 아래로 이끌어 내는 이 작업을 중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3권>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이 화백님 같은 분들의 격려가 아니면 지속하기 어려운 작업이지요. 나비를 유난히 아름답게 그리시는 이 화백님은 이번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함평군이 주최하는 ‘제14회’ 나비축제에 나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얼굴을 뵌 적이 없지만 빨간 마고자 차림의 이 화백님 사진은 인자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아 보입니다. 나비만큼이나 자유로운 노년의 삶을 화폭에 담으시면서도 우리문화와 역사에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계신 이 화백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비축제 때 뵈올 날을 고대하며....


독자 이윤옥 /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