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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498. 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자라로 물병을?

   

별주부 기가막혀 "여보 토공! 여보 토공 간 좀 빨리 가지고 오시오"
가든 토끼 돌아다보며 욕을 한번 퍼붓는디
"제기를 붙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어드린단 말이냐"

위는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토끼 세상 나오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토끼한테 당하는 별주부가 바로 자라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분청사기박지모란문철채자라병(粉靑沙器剝地牡丹文鐵彩甁)”은 자라 모양의 낮고 넓적한 몸체와 위로 솟은 주둥이를 갖춘 병입니다. 주로 나들이 할 때 술이나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던 것이었지요. 납작하다고 하여 편병(扁甁)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병은 전체를 백토로 두껍게 바르고, 윗면에는 모란꽃과 잎을 새겨 넣었지요. 그리고 무늬가 새겨진 곳 이외의 백토면을 깎아낸 뒤, 검은 색 물감을 칠한 “박지기법”을 썼는데, 분청사기 무늬 가운데 조형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 자라병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분청사기로 실용성과 휴대성은 물론 예술적 아름다움까지 갖추었습니다. 자라병은 주둥이에 줄을 감아서 허리에 차거나 동물의 등에 묶어 가지고 다니기 쉽도록 했는데 중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하지요. 어떤 이는 요즘 군대에서 쓰는 수통(물통)의 옛날 모습(버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이나 고무처럼 깨어지지 않는 소재가 없던 시절에는 불편했음직한 술병이지만 술병 하나에도 예술혼을 새겨 넣은 장인의 정신이 돋보입니다.

앞으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인터넷신문이 탄생될 <그린경제>에서 '한국문화 관련 글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이 들어가셔서 보시고 댓글을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