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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왕과 신하 26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장예지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김충선을 위해서 여진의 군사를 움직일 정도라면 이건 매우 심각한 국면이었다.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장예지는 더욱 신중히 처신했다.

“그건 이순신장군의 잃어버린 장계가 발견됨으로 인해서였어요. 반드시 나라고는 할 수 없지요.”

일패공주는 예리했다.

“이 마당에 우리 솔직하죠? 장낭자는 타협을 원했던 거 아닌가요? 그래서 광해군을 김충선과 더불어 설득한 것이고요.”

지적은 날카로웠다. 장예지는 그 점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판단이 맞았기 때문이다. 일패공주는 이미 모든 내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진의 유능한 첩자였다.

“사부는 무모하고 너무 위험해요.”

“바로 그 점이예요. 장낭자는 김충선을 그리 생각하고 있잖아요. 난 달라요. 난 그 사람의 가슴속 야망을 읽고 있어요. 그가 원하고 있는 이순신의 조선을 난 지지해요.”

‘이순신의 조선이라고?’

장예지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김충선이란 이름의 사내에게는 일패공주와 같이 영특한 권력의 소유자가 존재해야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새 하늘을 열고자 하는 개벽의 사나이에게는 그를 배후에서 도와줄 절대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김충선은, 그는 무엇을 꿈꾸고 있던가? 이순신의 조선을 그는 그토록 절실히 원했었다. 과연 그 거대한 개벽의 꿈을 그는 달성할 수 있을까?’

여진의 공주는 서두르지 않았지만 논리가 아주 정연했다. 그녀는 침묵의 압박을 가해오고 있으며 장예지는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침내 장예지는 입술을 떼었다.

“내가 어찌하면 되겠어요?”

여진의 험악한 지대에서 강하게 성장한 일패공주는 이때 냉정했다.

“두 번 다시 김충선의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숨이 턱 막혔다. 순간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장예지란 여자 역시 조선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쉽사리 반응 하지 않았다. 울컥한 심사도 보이지 않았고 일패공주에 대한 원망은 더욱 더 없었다. 그녀는 단지 수면에 가라앉은 안개처럼 잔잔했으며 신비롭기 까지 하였다.

“고맙습니다.”

장예지는 단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가는 당사자에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고맙다고?’

여진의 공주는 조선의 장예지가 보여주는 단정한 자세에 오히려 자신이 흐트러진다고 느꼈다. 일말의 까닭모를 부끄러움이 파르르 입가에 떨림을 가져다주었다.

“약속하겠어요.”

“믿을 수 있을까요?”

장예지는 무섭도록 차분했다.

“조선을 위해서라고 말하진 않겠어요. 사부를 위해서도 아니고요!”

그것이 거짓말이란 사실은 말을 하고 있는 장예지도, 듣고 있는 일패공주도 알고 있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