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어이 자네는 언제나 철이 드나?"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이다. 무슨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을 때 타박 겸 꾸중으로 듣는 말인데 나는 이 말을 몸에 철분이 부족해 생기가 없고 정신이 좀 흐릿흐릿하다는 뜻인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철부지라는 비슷한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이 '철부지(不知)', 곧 '철을 모른다'라는 뜻일 터여서 철이라는 것이 무슨 몸속의 영양소가 아닌, 계절을 의미하는 '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철이 바뀌어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철부지'인 것이고, '철새'라는 말도 '철에 따라 오고가는 새'라는 뜻이니 우리말 '철'은 계절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갰다. 그런 철새를 최근에 눈앞에서 보고 왔다. 부산의 서남쪽 낙동강 하구 을숙도 철새공원 안에 있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였다. 낙동강 하구를 바라보는 전시관의 대형 유리창을 통해 낙동강 하구에 넓게 형성된 모래섬들이 눈앞에 보이고 그 섬 주위에 모래들이 얕고 평평한 모래톱 혹은 사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앞으로 무엇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일종의 벤치 같은 것들이 죽 서 있는 것이다. 그 위에 보니 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편하게 앉아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곽재우와 정기룡 장군은 의병 3,000명과 관군 500명, 도합 3,500명을 규합하여 부산 함락에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진해에 머물다가 동래성 십리 밖으로 진영을 옮겼다. 그리고 동래성을 점령하고 있는 아사노 요시나가의 행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통제사의 함대가 부산을 공격하게 된다면 반드시 아사노의 육군은 부산을 지원하기 위해서 군사를 이원화 하게 될 것이고, 그때가 우리의 공격 시점이 된다.” “그런데......아직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정기룡 장군은 탐문에 나섰던 척후병들의 보고를 받고 곽재우에게 의논했다. 지금쯤이면 부산으로 향했던 이순신 함대가 항구를 쑥밭으로 포격해야 하는 것이고 동래의 아사노 부대가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모든 것이 잠잠했다. “통제사의 함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실합니다." “이번에는 세자 저하도 승선하셨다고 들었소.” 정기룡의 표정이 불안하게 변하였다. “전령을 통하여 진린의 곳간을 성공적으로 털었다는 소식과 바로 부산으로 출항 한다고 하였는데......어쩌면 좋습니까?” 곽재우도 경험이 풍부한 의병장이었으나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일본 본토를 공격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과 준사는 동시에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래......똥을 삼키는 표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구루시마 미치후사. 일본 함대의 수장이 건장한 무사 네 명이 메고 있는 간이의자에 황금색 보료를 깔고 의연한 태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어둠에 잠긴 관선의 선실에서 그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김충선과 준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세상에......?” 구루시마의 뒤로 화승총을 겨냥한 병사 10명과 궁수와 창병이 각기 10명, 도합 30여 명이 넘는 병사들이 꾸역꾸역 밀려 나왔다. 그들은 삽시간에 김충선과 준사를 포위 하였다. “네 놈의 계략이 보통이 아니어서......내가 그 점을 역이용했다.” 구루시마가 차갑게 웃었다. 김충선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당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업고 있는 준사만 아니라면 그래도 어떤 몸부림을 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날 포기해라. 넌 진작 그래야 했어.” 준사의 속삭임이 절망적으로 들려왔다. 김충선은 상대방을 너무 호락호락하게 본 것이 실수임을 깨달았다. 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