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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별리의 장 27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이순신이 비록 백의종군의 신분이었으나 그를 만나고자 하는 관리들은 적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그는 모든 것을 마다하고 한산도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개벽을 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자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했다. 

“누구도 원한다면 만나야겠지.”

이순신은 새벽에 유성룡을 만나고 온 후, 점심나절에 방문을 요청하고 찾아온 윤자신을 마주하였다. 윤자신은 호조참판을 지낸 경력이 있으며 명나라 사신으로도 다녀왔고, 조일전쟁이 발생한 임진년에는 승정원 우승지로 임금을 모시고 피난을 다녀왔던 선조의 측근이었다.

“고생하시었소이다.”

윤자신은 초췌한 몰골의 이순신을 위로하였다. 하인을 대동한 그는 술과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왔다.

“주상의 하해와 같은 은덕을 입었나이다.”

이순신이 술잔을 받으며 감읍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정부사의 상소문에 성상의 마음이 움직였으니 이것은 하늘이 도운 것입니다. 앞으로 이수사의 앞날은 더 이상 나쁜 일이 없을 것이외다.”

정탁의 신구차(伸救箚, 이순신을 변호하려고 선조에게 올렸다는 1298자의 상소문-편집자주)를 말함이었다.

“그렇습니까?”

“물론이지요. 처음에는 주상의 진노를 누구도 제지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우리 모두 훌륭한 무장을 잃게 되는 줄 마음 졸였으니까요.”

이순신이 정면으로 윤자신을 바라보았다.

“훌륭한 무장이라고요? 그리 보셨습니까?”

“바다에서 그 누가 이수사의 전공을 따를 수 있겠소이까?”

“원장군이 계시지 않습니까. 신임 삼도수군통제사 원균!”

윤자신은 혀를 찼다.

“농담을 하시자는 겁니까?”

윤자신은 현재의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이 매우 못마땅하다는 태도였다. 그의 이런 행동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 선조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관리로는 적합한 행동이 아니었다. 선조는 원균을 중히 여기고 있지 않은가.

“원수사는 주상의 총애를 받고 있는 장수가 아닙니까?”

윤자신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상은.”

김충선이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 마디 은근히 건넸다.

“원장군의 배후에 상감과 신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저와 같은 타국의 항왜 장수까지도 그런 소문을 알고 있습니다.”

윤자신은 술잔을 김충선에게 내밀었다.

“문무를 겸비한 항왜 용장이 있다는 말만 들었소. 만나고 싶었는데 한 잔 받으시오.”

김충선은 두 손으로 정중히 예를 취하였다.

“송구합니다.”

윤자신은 환갑이 넘은 노인으로 김충선과는 한참 나이 차이가 있었다. 그는 얼굴빛이 대추처럼 붉고 건강해 보였으며 매우 사교적이었다. 그래서 하절사(賀節使)로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손자뻘의 김충선에게 거리를 두지 않고 친밀하게 굴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