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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별리의 장 28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조정의 소문은 반드시 믿을 것이 못됩니다. 김충선장군! 그 이름도 삼감께옵서 하사하신 이름 아니요? 지금도 조정에서는 당의 파벌로 인해서 김장군을 인정하지 못하는 무리들도 있소이다. 그렇지만 상감은 강행 하셨지 않습니까? 여기 이순신 장군만 하여도 조일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이미 삼사의 빗발치는 상소를 무시하고 전라좌수사로 임명하셨으며, 이어서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도수군통제사란 고금에 없는 수군의 막중한 총 책임을 맡기셨소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선조는 그래도 일국의 왕이었다. 조석(朝夕)으로 강연(講筵)에 참여하여 제왕(帝王)의 학문을 연마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왕이 될 수 있는 자질과 자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성군 이연은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비록 지금은 왕좌의 보전을 위해서 전전긍긍하는 추악한 제왕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나 한때 그는 영민한 왕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현재도 비상한 지모(智謀)를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순신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수군의 장수, 그저 평범한 전쟁 영웅을 시기 질투하여 모함하고 제거하려는 것은 선조 이연의 예측이 얼마나 탁월한 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순신은 단순한 수군의 통수권자가 아니다. 그는 이제 곧 과인을 위협하는 인물이 될 것이다!’

선조는 두려웠다. 무서워서 숨이 막혀오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조선의 종묘사직이 우려되고 역대 왕들의 비웃음이 고막을 때렸다.

“역시 서자의 자식을 왕위에 올린 것은 큰 실수야!”

“제왕의 그릇이 서자가 될 리가 없어.”

“그 놈은 하성군으로 만족해야 했을 놈이야.”

선조는 자신을 보다 철저하게 연마했다. 부족한 자질을 인정받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무기는 고도의 계산 된 행동이었다. 명종과 인순왕후 사이에서 출생한 순회세자가 불과 14세에 사망하자 조선 왕실은 후사가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린 하성군은 한 살 많은 순회세자의 장례식에 목을 놓아 통곡(痛哭) 했다. 어찌나 애통해 하는지 보는 이들이 모두 손수건을 적셨다. 하성군은 세자를 부르짖으며 발버둥 치다가 끝내 혼절했다. 이러하니 명종과 인순왕후가 덕흥대원군의 셋째인 하성군을 남달리 기억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왕실의 자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왕 명종은 자신의 면류관(冕旒冠)을 아이들에게 써 보도록 허락하였다. 왕의 상징인 면류관을 머리에 착용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행운이었다. 왕실의 자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면류관을 머리에 얹어 보았으나 하성군, 즉 선조만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마께서 허락을 하셨다고는 하지만 이 면류관은 대왕의 상징이옵니다. 감히 어느 누가 함부로 이것을 머리에 쓸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옵니다.”

명종과 인순왕후가 어느 누구를 후사로 삼았겠는가? 당연히 그는 명종이 승하하자 명종의 유지에 따라 조선의 14대 왕위에 올랐다. 선조는 조그마한 기회도 놓치지 않는 기회주의자이며 동시에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연출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는 유성룡의 천거를 토대로 이순신을 파격적 기용하는 모험도 감행하여 그나마 조일전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왕과 지금의 왕이 정녕 같은 주상이옵니까?”

김충선이 물었다. 윤자신은 술이 취한 것이 아닌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