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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수정전에서는 밤마다 비밀 작업이

[서울문화 이야기 5]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한글을 아시나요?”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도대체 한국 사람치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한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은 한글, 한국말을 잘 안다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초등학교부터 국어를 12년에서 16년을 배우고도 간단한 맞춤법 하나 모르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훈민정음의 특징이 무엇인지, 훈민정음이 언제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는지, 한글날은 언제부터 지내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한글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말글과 떨어져 살 수가 없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말글 속에서 그냥 살아가기에 말글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또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위대한 글자인데도 정작 우리는 그 위대함을 모르고 푸대접하며, 남의 나라 글자인 영어와 한자 쓰기에 더 골몰해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글자이면서 한글이 왜 위대한지, 한글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훈민정음>은 세종임금의 백성 사랑이 만든 작품

   
▲ 훈민정음 해례본
먼저 <훈민정음> 머리글을 통해 창제의 동기와 목적에 대해 알아보자.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 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 多矣
予 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한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세종임금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또 그 속에는 민족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럼 이 <훈민정음>을 세종임금은 어떻게 창제하였을까? 세종실록에는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에 관한 극히 간단한 내용만이 들어 있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의 상소문 등을 살펴보면 <훈민정음> 창제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 것으로 짐작된다.  

기록을 보면, 세종임금이 한글 창제에 밤낮으로 고생한 나머지 안질이 나서 이를 치료하려고, 청주 초정에 가게 되었다. 그때 시종을 줄이고, 모든 절차를 줄이며, 정무까지도 다 신하들에게 맡겼는데, <훈민정음>의 연구는 요양하러 간 행재소에서까지 골몰하였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25년 계해 겨울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지만 곧 최만리 등의 격렬한 상소를 시작으로 반대가 크게 일어나 세종임금의 고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훈민정음’이 ‘한글’로 된 까닭

   
▲ 동아대 회화과 정갑주(60) 교수가 그린 주시경 선생 영정
한글은 세종임금이 28자를 반포할 당시 <훈민정음>이라 불렀다. <훈민정음>을 언문(諺文), 언서(諺書), 반절, 암클, 아랫글이라 했으며, 한편에서는 가갸글, 국서, 국문, 조선글 등으로 불리면서 근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개화기에 접어들어 주시;경 선생이 ‘한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으뜸가는 글’이란 뜻으로 ‘한글’이라고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조선어학회에서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년)이 되던 병인년 음력 9월 29일을 반포 기념일로 정하여 ‘가갸날’이라고 기리다가 1928년에 ‘한글날’이라고 고쳐 부르면서 한글날 잔치를 시작했다. 이 한글날은 해방 뒤인 1946년 한글 반포 500돌을 맞이하여 공휴일로 정해 기리게 되었다. 하지만, 1991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여 일반 기념일로 지내다가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05년 12월 8일 제256회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국경일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어 다시 국경일로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2013년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
 

한글은 과학과 철학이 어우러진 글자 

한글은 반포 당시에는 28글자였으나 현재는 ㆍㆆㅿㆁ 등 4글자는 쓰지 않고 24자만 쓴다. 그러나 최근 이 네 글자도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 생겼다. 그래야만이 세계 어떤 민족의 말도 한글로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의 특징은 첫째, 과학과 철학이 어우러진 글자다. 곧 닿소리(자음)는 소리를 낼 때 발음기관의 생긴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방사선 사진이 없었던 15세기에 그렇게 발음기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는지 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또 홀소리(모음)는 하늘(·)과 땅(ㅡ)과 사람(ㅣ)을 상징하여 철학이 들어 있고, 여기에 한 획씩 보태서 글자를 만들어 나가 질서 정연하고 체계적인 파생법으로 만들어졌다.  

둘째, 독창적이다. 지구 위 모든 글자들은 오랜 세월 복잡한 변화를 거쳐 현재의 글자로 완성되었거나, 일본의 ‘가나’, 영어의 ‘알파벳’처럼 남의 글자를 흉내 내거나 빌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글은 독창적으로 만든 글자다.  

셋째, 한글은 가장 발달한 낱소리(음소) 글자이면서 음절 글자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한글은 글자 하나하나가 낱소리(하나의 소리)를 표기하는 것은 물론 홀소리와 닿소리 음을 합치면 하나의 글자가 되고, 여기에 받침을 더해 사용하기도 하는 음절글자다. 또 한글은 한 글자에 한 가지 소리만 대응될 뿐만 아니라, 영어와는 달리 인쇄체나 필기체, 대소문자의 구별이 따로 없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있는 정인지의 꼬리글에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칠 것이요,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다.  

넷째, 글자를 만든 목적과 만든 사람, 만든 때가 분명하다. 20세기 초 프랑스 한림원(Academia de France)에서는 지구상에서 쓰이는 말이 2,796개로 보고했는데, 이 중 100여 개만이 글자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글자들도 모두 만든 목적과 만든 사람 그리고 만든 때를 모르고 있다.

다섯째, 글자 쓰기의 폭이 넓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바람소리, 학 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무엇이든지 소리 나는 대로 글자로 쓸 수 있다" 하였다. 한글 총수는 1만 1,172자로, 세계에서 제일 많은 음을 가진 글자다.  
 

외국 언어학자들도 극찬하는 한글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 지에서,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한국에서 쓰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이며, 또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라고 극찬하였다. 또 소설 ≪대지≫의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하였고,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칭찬했다.  

몇 년 전 세상을 뜬 미국 시카고 대학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맥콜리 교수는 20여 년 동안이나 동료 언어학자들과 학생들, 친지들을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차려놓고 "세계 언어학계가 한글날을 찬양하고, 공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다."라며 한글날을 기념할 정도였다.  

그리고 동아시아 역사가인 하버드대학 라이샤워 교수는 저서에서 "한국인들은 전적으로 독창적이고 놀라운 음소문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세계 어떤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과학적인 표기 체계"라고 소개했다. 또 네덜란드의 언어학자 보스 교수는 한국학 논문에서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평했다. 저명한 언어학자인 영국의 샘슨 교수도 "한글이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한글은 발성기관의 소리 내는 모습을 따라 체계적으로 창제된 과학적인 문자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자 자체가 소리의 특질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리학자이며, 프리처상 수상자인 다이아몬드 교수, 일본 도쿄 외국어대 아세아 아프리카 연구소장인 우메다 히로유끼(梅田博之) 교수,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삿세 교수, 파리 동양학 연구소의 파브르 교수, 미국 매어리랜드 대학 언어학과 램지 교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석학이 한글의 우수성을 앞 다퉈 말하고 있다.
 

   
▲ 2007년 7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에서 열린 제12차 '07다중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운남성에 있는 지노족의 언어와 문화를 복원하고자 한글을 기초로 하여 글자를 만들어주고 사라질 위기의 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한국·조선·중국 공동 협력사업의 추진을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글자 없는 나라에 한글을 이용하여 글자를 만들어주자고 운동하는 학자나 단체도 있다. 또 2007년 7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에서 열린 제12차 '07다중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운남성에 있는 지노족의 언어와 문화를 복원하고자 한글을 기초로 하여 글자를 만들어주고 사라질 위기의 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한국·조선·중국 공동 협력사업의 추진을 합의했다.

 

한글은 그야말로 세계의 저명한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큰 글자임은 물론 글자 없는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줄 수도 있는 대단한 언어다. 이 큰 글을 가진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에 당당할 일이다. 제발 세종임금이 차려주신 잔칫상을 제 발로 차버리는 어리석음을 이젠 버렸으면 좋겠다. 글자가 없거나 과학적이지 못한 글자를 가진 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